미국 전역의 대형 마트에서 화장지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벌어진 미 동부 항만 노조의 대규모 파업을 계기로 수입이 막힐 우려가 제기되면서 코로나19 팬데믹때와 같은 무분별한 사재기가 발생한 탓이다.
미국 CNN은 3일(현지시간) X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대형 마트의 텅빈 선반 인증 사진들을 소개하며 “팬데믹 시절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실제 여러 X계정에는 화장지와 종이 타월이 있어야 대형마트 선반이 텅 빈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이 잇달아 올라왔다.
CNN은 이 같은 사재기가 지난 1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동부 항만 노조 파업 여파라고 분석했다. 미국 남부 멕시코만부터 북동부 메인주까지 모두 36개 항구가 가입된 동부 항만 노조 파업으로 수입품 반입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사재기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이번 파업으로 해당 항구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한 X 이용자는 “이게 바로 제조업을 외국에 의존하면 생기는 일” 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미국 내 유통되는 화장지의 약 90%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며 나머지 10%만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들어온다. 국경을 맞댄 국가들인 만큼 수입도 선박이 아닌 철도나 트럭을 통할 가능성이 높다.
화장지, 얼굴용 티슈, 페이퍼 타월 등을 제조하는 대표 기업들로 이뤄진 미국 산림 제지 협회도 이번 파업이 화장지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을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CNN은 2020년 팬데믹 기간 중 발생한 품귀 현상과 구매 제한의 경험이 사재기를 서두르는 군중심리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파업이 일주일 이상 지속될 경우 휴지와 같은 공산품보다는 바나나 등의 신선식품이 더 걱정할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농무부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일인 바나나는 전체 공급량의 거의 전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되는 바나나 절반 이상이 이번 파업에 포함된 항구를 통해 들어온다.
그러나 현재 파업 상황은 우려와 달리 조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항만노동자 파업을 주도하는 노조가 향후 6년에 걸쳐 임금 62%를 인상하는 사측 제안을 수락하면서 내년 1월 15일까지 계약 연장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초 노조 측은 77%, 사측은 50% 인상안을 제시했다.
노사는 남은 기간 동안 항만 자동화 등 다른 문제를 두고 협상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가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