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통신] ‘엄티’ 엄성현 “순수하게 싸움을 못해서 졌다”

입력 2024-10-04 03:52
라이엇 게임즈 제공

스위스 스테이지 첫 경기를 패배로 마친 팀 리퀴드 ‘엄티’ 엄성현이 스크림과 실전의 간극을 좁히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리퀴드는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라이엇 게임즈 아레나에서 열린 2024 LoL 월드 챔피언십 스위스 스테이지 1일 차 경기에서 LNG e스포츠에 역전패했다. 이날 패배로 리퀴드는 0승1패조로 내려갔다.

리퀴드는 초반에 유충, 드래곤 등을 모조리 사냥하면서 리드를 잡았으나 오브젝트 교전에서 연이어 패배하면서 중반 단계 이후로는 주도권을 내줬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엄성현은 “순수하게 싸움을 너무 못해서 졌다”며 스크림과 실전의 간극을 좁히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스위스 첫 경기를 패배로 마쳤다.
“스크림보다 훨씬 못했다. 게임을 풀어나가는 아이디어도 좋았고, 골드를 벌리는 방법, 맵을 쓰는 방식도 좋았다. 순수하게 싸움을 너무 못해서 졌다. 메카닉, 손가락 싸움에서 밀렸다. 전쟁에 비유하면 고지를 장악하고, 병력도 우리가 많았는데 허무하게 져버린 셈이다.”

-초반 오브젝트를 다 가져가는 등 유리했는데.
“우리의 계획은 잘 먹혀들어 갔다. 상대가 하나도 안 싸워주면서 우리가 무난히 초반 오브젝트를 챙길 수 있었다. 상대가 잘했다고도 생각한다. 우리가 강한 타이밍을 피해간 것이다. 3번째 드래곤이 상대로서는 마지막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출사표를 내고 온 건데 그 싸움에서 우리가 말도 안 되게 졌다.
개인적으로는 미드에서 2번째 데스를 기록한 장면이 아쉬웠다. 니코 보고 텔을 타라고 얘기하면서 들어갔는데, 팀 콜을 조금 더 정확하게 해야 했다. 5명이 1명처럼 싸웠다면 괜찮은 그림이 나왔을 텐데 콜을 애매하게 해서 ‘우리 하는 거야, 마는 거야’하고 갈팡질팡하다가 데스만 나왔다.”

-모든 팀이 카드패를 깠다. 티어 정리는 잘 됐다고 생각하나.
“우리와 티어 정리가 비슷한 팀도 있고 다른 팀도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오로라나 오리아나를 높게 평가하는 팀도 있듯이 여러 가지 평가가 혼재해 있다. 어떤 선수들은 스카너를 저평가하는데 나는 아주 좋은 챔피언으로 평가한다.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 상당히 재밌는 상황이다. 아마 오늘만으로는 티어 정리가 완벽히 되지 않을 것이다. 내일 2일 차 경기가 끝나면 많은 팀이 밴픽을 수정하지 않을까.”

-내일 첫 승을 거두려면 무엇을 고쳐야 할까.
“지금 스크림 성적이 상당히 좋다. 스크림에서의 폼을 알고 있으니까 오늘처럼 한타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시 돌아가서 냉정하게 우리가 한타를 얼마나 못했는지 복기해보고, 연습과의 차이를 알아봐야 한다. LCS 결승에서도 같은 문제로 졌다. 현재 팀이 직면한 문제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리퀴드는 베테랑들이 포진한 팀이다. 스크림과 실전 기량 차이가 큰 이유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연습에서 100% 에너지를 쓰는 사람은 흔치 않다. 대회에서는 130%까지도 쓰게 된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시야가 좁아지고, 소위 터널 시야로 게임을 하게 된다. 긴장을 내려놓고, ‘내가 마음 편하게 해도 너보다는 잘해’하는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점점 나아질 것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 아쉬움이 크다. 대진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내일은 반드시 경쟁력이 있는 경기를 만들어보겠다. 리퀴드가 쉽게 꺾이는 팀이 아니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베를린=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