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올해로 넘어오는 겨울 스위스 알프스에 많은 눈이 내렸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급격한 빙하 유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뜨거웠던 여름을 지나며 알프스 빙하 2.5%가 녹아 사라지며 지형이 바뀌어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국경 일부 조정까지 앞두고 있다.
2일(현지시간) BBC, A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과학원(SCNAT)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 겨울철에 최근 몇 년간 기록에 비춰 상대적으로 많은 눈이 내렸지만 알프스 빙하는 올해 평균 이상의 속도로 녹아내렸다”고 밝혔다.
SCNAT는 올해 7월에서 8월 사이 알프스 빙하의 2.5%가 녹아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10년 평균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사라진 빙하는 부피로 따지면 1.2㎦로, 이는 스위스 베른주에 있는 15㎞ 길이 빌 호수의 수량과 맞먹는다.
앞서 스위스는 2022∼2023년 겨울철에 급감했던 알프스 강설량이 2023~2024년 겨울엔 다시 늘어나 빙하 유실 속도가 늦춰질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SCNAT의 진단 결과 빙하 유실 속도는 줄지 않았고 올 여름 오히려 빨라졌다. SCNAT는 “지난 8월은 관측 시작 이래로 가장 큰 빙하 손실이 기록된 달”이라며 “기후변화의 결과로 빙하설(氷河舌)의 후퇴와 붕괴는 계속 줄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린 원인으로는 여름철 알프스 기온이 내려가지 않은 점과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날아온 먼지가 알프스 눈 표면에 쌓인 점이 지목됐다.
고산지대에 쌓인 눈은 태양광을 반사해 빙하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데, 먼지로 눈이 덮이면서 태양광을 잘 반사하지 못해 빙하가 녹아내렸다는 것이다.
알프스의 빙하가 대거 사라지면서 스위스와 이탈리아가 맞닿은 국경도 달라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스위스-이탈리아 국경의 많은 부분은 빙하 능선이나 지속적인 눈이 내리는 지역이 차지하고 있어 빙하가 녹으면 경계에도 변화가 발생한다.
스위스 발레주와 이탈리아 발레다오스타주 사이의 산봉우리 테테 그히스 등 양국 국경이 지나는 일부 고산 지대에서는 지난해 5월 양국 공동위원회 결정에 따라 국경이 수백m 이내에서 조정됐다.
지난달 스위스가 변경 사항에 최종 서명한 데 이어 이탈리아까지 서명을 마치면 국경 조정안은 확정된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