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학생을 살해한 박대성(30)이 범행 후에도 흉기를 소지한 채 술집과 노래방 등에 들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박대성이 또 다른 범행 대상을 물색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3일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박대성은 지난달 26일 0시44분 조례동 길거리에서 A양(18)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인근에 있는 자신의 가게로 돌아갔다. 범행 당시 신고 있던 슬리퍼가 벗겨져 맨발 상태였던 그는 가게에서 신발을 새로 신었다.
이후 흉기를 옷으로 가려 몸에 지닌 채 거리를 걷다가 주변 술집으로 들어갔다. 범행 직전 이미 자신의 가게에서 술을 마신 상태였던 그는 이곳에서도 소주 1병을 더 마셨다. 술집에서 나온 뒤에는 인근 노래방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 다시 나왔다.
이처럼 박대성은 범행 이후에도 약 2시간 동안 흉기를 지닌 채 술집과 노래방을 돌아다녔다. 노래방에서 나온 뒤에는 근처 주차장에 흉기를 버렸고, 주차 차량을 이유 없이 발로 차다가 이를 목격한 차량 주인과 시비가 붙었다. 이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박대성은 범행 이후 행적에 대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는 지난달 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소주를 4병 정도 마셔서 당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증거는 다 나왔기 때문에 (범행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CCTV 등을 통해 박대성이 흉기를 들고 태연하게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이 확인됐다”며 “다른 범행 대상을 물색하려고 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