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상인 영국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 피아노 부문에서 수상했다. 한국 피아니스트가 그라모폰상의 영예를 누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임윤찬은 2일(현지시간) 저녁 런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쇼팽: 에튀드’로 피아노 부문에서 수상했다. 임윤찬은 또 특별상인 ‘올해의 젊은 예술가’ 부문에서도 수상했다. ‘쇼팽: 에튀드’는 임윤찬이 올해 초 영국 명문 음반사 데카와 전속 계약을 맺고 발매한 첫 앨범으로 쇼팽 에튀드 Op.10과 Op.25가 담겼다. 쇼팽의 에튀드는 피아니스트에게 고난도의 기교와 탁월한 표현력을 요구하는 곡으로 유명하다.
임윤찬은 그라모폰상 피아노 부문 최종 후보 음반 3개 가운데 ‘쇼팽 에튀드’와 함께 2022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연주한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실황 음반을 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다른 후보는 폴란드 피아니스트 피오토르 안데르셰프스키의 ‘바르톡, 야나체크, 시마노프스키’ 음반이었다. 그라모폰상 최종 후보에 한 연주자가 2개의 음반을 올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에 임윤찬이 피아노 부문 수상과 함께 ‘올해의 젊은 예술가’를 수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라모폰은 1923년 창간된 영국의 클래식 음반 전문 월간지다. 그라모폰이 1977년 제정한 그라모폰상은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음반상으로 ‘클래식 음반의 오스카’로 불린다. 분야는 피아노, 기악(피아노 제외 악기), 오케스트라, 실내악, 협주곡, 합창, 성악, 고음악, 현대음악 등 11개 부문이다. 그리고 이 가운데 대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된다. 이와 함께 특별상으로 평생공로상, 올해의 예술가, 올해의 젊은 예술가, 올해의 오케스트라, 올해의 레이블 등 5개 부문이 발표된다. 2019년까지는 피아노가 기악(독주) 분야에 포함됐지만, 피아니스트가 상을 대부분 가져가자 2020년부터 피아노를 별도로 분리했다. 이번에 ‘올해의 음반’은 기악 분야에서 수상한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의 ‘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앨범’(DG)이 받았다.
앞서 한국 음악가 중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1990년 실내악 부문과 1994년 협주곡 부문에서, 첼리스트 장한나가 2003년 협주곡 부문에서 그라모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임윤찬은 이날 시상식에서 별도의 소감을 밝히지 않았지만 리스트 페트라르카 소네트 104번을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대신 임윤찬에게 시상한 팀 패리 그라모폰 부편집장은 언론에 “임윤찬이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지 지켜보는 건 멋진 일”이라며 “큰 대회 수상자는 오랫동안 커리어를 지켜나가기 쉽지 않은데, 그는 이를 뛰어넘었다. 앞으로 5년 후, 10년 후에도 그는 여전히 가장 흥미로운 피아니스트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윤찬은 11~12월 뉴욕 필하모닉과 협연한 후 귀국해 12월 17~22일 도이치 캄머 필하모닉과 함께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