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160㎝ 칸막이 낮추는 공정위… 내부선 “굳이?” vs “소통 좀”

입력 2024-10-02 18:36


공정거래위원회가 사무실 책상 사이에 설치된 최고 160㎝가량의 칸막이를 모두 낮추기로 하면서 부처 내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단절된 내부 소통을 원상회복하자는 취지이나 일부 직원은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2일 공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국·과장 회의에서 칸막이를 낮추기로 했다. 곧바로 칸막이 위에 올려진 물품부터 치우라는 공지가 전달돼 지난달 23일부터 시행 중이다.

이 부처 사무실에는 현재 120㎝, 140㎝, 160㎝ 3가지 높이의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140㎝만 돼도 가만히 앉아서는 옆 사람이 잘 보이지 않고, 160㎝짜리 칸막이의 경우 웬만한 성인 남성이 일어나도 옆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칸막이 위에 달력이나 작은 책꽂이 등을 올려두는 직원도 많다. 때문에 직접 옆자리로 가지 않으면 동료의 존재 여부를 알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함께 업무를 파악해야 하는 조사팀 직원들도 대화가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10여년 전만 해도 칸막이는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칸막이가 점점 높아졌다”며 “다른 부처에서 넘어온 직원도 ‘이렇게 칸막이가 높은 부처는 처음 본다’고 했다”고 말했다.

공정위 간부들은 이런 분위기에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내부 익명 게시판에는 ‘사생활이 보호되는 게 공정위만의 장점이었는데 왜 없애려 하느냐’는 입장과 ‘소통을 통해 업무 효율이 늘 수 있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공정위 고위 관리자도 실명으로 ‘눈을 맞출 수 있게 칸막이를 낮춰 내부 소통을 해보자’는 취지의 댓글을 남겼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