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통신] 월즈는 꿈의 무대?…엄티에겐 증명의 장

입력 2024-10-02 18:32
라이엇 게임즈 제공

팀 리퀴드 ‘엄티’ 엄성현이 첫 월즈 참가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리퀴드는 3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라이엇 게임즈 아레나에서 LNG e스포츠와 2024 LoL 월드 챔피언십 스위스 스테이지 첫 경기를 치른다. 엄성현으로서는 2017년 데뷔 후 처음으로 ‘꿈의 무대’를 밟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 1일 국민일보와 만난 그는 “전쟁을 앞둔 기분”이라면서 단순 대회 진출에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반드시 성과를 내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겠다고 전했다.

-생애 첫 월즈 참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처럼 신나는 기분은 아니다. 앞서 MSI와 EWC에서 경험한 것들이 있다. 국제대회에 나간다고 해서 끝이 아니더라. 여기서 증명하지 못한다면 결국 도태, 낙오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우선이다. 처음에는 다른 나라에서 경기를 치르고, 다른 지역 선수들과 붙는다는 게 새롭고 즐거웠는데 지금은 전투, 전쟁을 앞둔 기분이다.
내 첫 목표는 국제대회 진출이었다. 진출만 해도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MSI를 경험해보니까 그게 아니더라. LCS나 LEC에서 1·2등을 하는 것만으로는 어디 가서 ‘나 잘한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MSI, EWC로부터 느낀 바가 많았는지.
“미국으로 돌아간 뒤 개인적인 스킬들을 더 연마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게임 아이디어, 챔피언 폭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 메타를 읽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그리고 연습 시간을 효율적으로 쪼개 쓰는 방법도 고민했다.”

-연습 시간의 효율적 활용을 고민하게 된 계기는.
“MSI, EWC에 이어 월즈까지 출전하는 올해는 정말 휴식 시간이 없다. 원래 나는 젠지나 T1 선수들을 보면서 ‘왜 시즌 중에 자꾸만 휴식을 취하려고 할까, 왜 어떻게든 짬을 내서 쉬려고 할까’가 궁금했다. 그런데 막상 국제대회를 연이어 나가보니까 그때 짬을 내서 쉬지 않으면 반드시 번아웃이 오더라. 나도 서머 시즌에 한 차례 경험했다. 그때 이후로 어떻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쪼개서 연습하고, 멘탈을 치유할지를 고민하게 됐다. 같은 하루 1시간이라도 그때마다 무엇을 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3일 스위스 첫 경기에서 LNG와 대결한다.
“리퀴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킬을 기록하는 팀, 가장 블러디(bloody)한 팀이다. 그런데 LNG는 정말 단단한 스타일의 팀이라고 생각한다. 상당히 다른 성향의 두 팀이 붙으니 재밌는 경기가 펼쳐질 거라 상상한다. 개인적으로는 관중들에게 ‘쟤네는 지기 싫은 듯이 게임 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싶지는 않다. 차라리 시원하게 박더라도 ‘리퀴드는 정말 이기고 싶어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게임을 보여주고 싶다. 둘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동양권 팀들보다 일찍 스크림을 시작했다. 이번 대회를 치르는 데 큰 도움이 될까.
“얻은 게 많았지만 불안한 부분도 있다. LCK와 LPL 팀들이 대부분 지난 29일 입국했기 때문에 그들과는 스크림을 해보지 못했다. 주로 LCS와 LEC 팀들끼리 스크림을 했다. 그래서 지금은 동서양간 메타 해석이 확연히 다를 것이다. 누구의 메타 해석이 가장 정답과 가까웠는지 확인해보는 게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현재로서는 플레이-인 스테이지 참가 팀과 스위스부터 참가하는 팀들의 메타 해석, 동서양의 메타 해석, 심지어 우리 LCS 팀들끼리도 해석과 선호 픽이 다른 것 같다. 한 8개의 답안 중에 맞는 건 2~3개밖에 없을 것이다.”

-14.18패치로 대회를 치른다. AD 정글러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상세하게 챔피언명을 언급하기는 힘들지만, 확실히 전보다 AD 챔피언들이 나오는 추세다. 라이엇 게임즈가 세주아니를 잊어버린 거 같다. 버프를 해놓고는 다시 너프를 안 했다. 그 친구도 다시 나올 것이다. 정글러 챔피언의 풀은 서머 시즌 막판과 비교해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끝으로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전한다면.
“당장은 연습의 성과가 있어서 대회를 잘 치를 거란 자신이 있다. 이번에도 T1을 못 꺾는다면 정말 슬플 것 같다. 그래서 만약 이번 대회에서 T1을 만난다면 앞선 MSI와 EWC의 복수전을 멋지게 펼쳐보고 싶다.”

베를린=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