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후배들 축하 인사에 부자된 기분, 컷 통과 하겠다”

입력 2024-10-02 17:14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개막을 하루 앞두고 2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열린 주요 선수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경주가 인사를 하고 있다(왼쪽부터 장유빈, 함정우, 최경주, 김민규). KPGA

“3년 연속 컷 탈락했다. 올해는 주말에도 꼭 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아시아 최초로 선수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KPGA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억 5000만 원) ‘호스트’ 최경주(54·SK텔레콤)의 각오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2일 대회 개최 코스인 경기도 여주시 페럼클럽(파72)에서 열린 주요 선수 기자 회견에서 최경주는 “그동안 페럼에서 컷 통과를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찍 들어와서 시차 적응을 하고 컨디션 조절을 했다”라며 “함정우, 장유빈과 잘 해서 주말에도 꼭 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2011년에 시작된 이 대회에서 최경주는 2승(2011, 2012년)을 거둬 2021년과 2023년 우승자인 함정우(29·하나금융그룹)와 함께 대회 최다승 기록을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 대회가 페럼클럽에서 열린 것은 2016년 부터다.

최경주는 이어 “이번에는 일찍 와서 시차도 적응하고 체력 관리를 하는 등 나름대로 여유 있게 준비를 한 것 같아 심적으로 위안이 된다”라며 “후배 선수들이 우승 축하를 해줘 심적으로 부자가 된 기분이어서 이번 대회에 임하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최경주는 지난 5월 SK텔레콤 오픈에서 기적과 같은 우승을 거둬 KPGA투어 최고령 우승 신기록(만54세)을 갈아 치웠다. 또 지난 7월에 PGA챔피언스투어 메이저대회 더 시니어 오픈 챔피언십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바 있다.

이번 대회는 더 시니어 오픈 챔피언십 우승 이후 국내 대회 첫 출전인 셈이다. 그는 “현대해상 회장님과 많은 스태프가 정말 애쓰고 선수를 위한 대회를 위해 준비도 많이 하고 노력했다. 모든 부분에서 최고로 해주신 점 감사하다”고 공동 스폰서인 현대해상측에 감사 인사를 건넸다.

최경주는 매번 그랬듯이 이번에도 PGA투어 진출을 목표로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우선은 마음의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내 경우 우승할 때 목표를 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마음을 내려놓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내 욕심을 포기하고 편하게 하는 것, 또 성실하게 받아들이는 것, 내 골프에 화를 내지 않고 받아들이는 자세, 마지막으로 ‘이건 연습 부족이니까 더 연습해야겠다’ 이런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시니어 투어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소회도 밝혔다. 최경주는 “시니어투어 데뷔 첫 경기 때 톰 카이트가 6시간 연습볼을 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나보다 50야드 더 가는 형들을 보고 두 번째로 놀랬다”면서 “만만하게 들어갔다가 뒤통수를 맞은 셈이었다. 내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느꼈다. 경쟁에서 잘하기 위해서는 PGA투어 선수 못지 않은 몸 관리도 해야 한다”고 귀띔을 했다.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개막을 하루 앞두고 2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열린 포토콜 행사에서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부터 허인회, 장유빈, 함정우, 최경주, 김민규, 이정환). KPGA

이날 기자회견에는 작년 챔피언 함정우, 올 시즌 제네시스 포인트 1위 장유빈(22·신한금융그룹)과 상금 순위 1위 김민규(23·CJ)가 참석했다.

함정우는 “최 프로님께 감사드린다. 항상 최 프로님 오실 때 우승을 많이 했는데 2년 전 대회서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섰다가 컷 탈락했다”면서 “올해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대회 2연패를 향한 의지를 내보였다.

장유빈은 “작년에 처음 프로 데뷔전으로 뛰었는데 올해 대회에 참가하게 돼서 영광”이라며 “대회를 열어주신 최경주 프로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작년에는 좋지 못한 성적으로 마무리했는데, 좋은 성적으로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민규는 “최프로님을 비롯해 대회를 개최해 힘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나는 최경주 재단 골프 꿈나무 출신이라 이 대회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늘 크다. 그러나 결과가 따라준 적이 없어 아쉬웠다. 올해는 페이스가 좋은 만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기를 내보였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후배들은 최경주의 조언에 대한 화답도 빼놓지 않았다. 함정우는 “시니어투어 선수들이 그렇게 열심히 한 줄 몰랐다. 그냥 출전하면 상금 주는 것으로 알았는데 충격이었다”면서 “몸 관리를 정말 잘해야겠다. 나는 연속으로 150개를 쳐본 적이 없다. 나 역시 연습할 때 최프로님이 말을 못 걸도록 포스있게 하겠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를 자아냈다.

김민규는 “연습하면서 ‘이 정도면 됐지’ 싶은 생각을 많이 했다. 연습을 많이 하면 감이 안 좋아도 시합 때 공이 잘 맞았다. 반면에 ‘이 정도면 됐다’ 하고 들어가서 일찍 쉬면 공이 안 맞았다”면서 “그래서 겸손하게 더 많은 준비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장유빈은 “자신의 주특기인 한 가지 구질을 갖게 되면 세계 어느 투어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최프로님의 말씀을 듣고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나는 페이드 구질을 치는데 더 갈고 닦아 티샷ㅇ서 부터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3일 12시40분에 함정우, 장유빈과 1번 홀(파4)에서 티오프에 들어간다.

여주=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