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스타트업 무덤… 경기 침체와 정부 규제로 생태계 붕괴중

입력 2024-10-02 16:27
홍콩.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스타트업 무덤으로 변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더불어 정부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을 규제하자 본국을 떠나가고 있다. 이런 악재들이 겹치자 중국 내에서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붕괴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에서 매년 설립되는 새로운 스타트업 수가 급격히 줄고 밴처캐피털(VC)들의 자금 조달력도 약화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스타트업 업계의 주축인 창업자, 투자자,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평가도 암울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데이터 제공업체 IT쥐쯔는 중국에서 올해 9월까지 설립된 스타트업이 260개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1202개의 스타트업이 설립됐었다. 역대 최고치였던 2018년 5만1302개와 비교하면 약 99% 감소한 것이다. VC의 자금 조달력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까지 53억8000만 달러(약 7조1037억원)를 조달했는데, 이는 2017년 최고치인 1250억 달러(165조500억원)와 비교하면 약 95%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164억 달러(약 21조6299억원)와 비교하면 8분의 1 가까이 줄었다.

경기 침체 역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불황부터, 주식시장 침체로 경제 둔화세가 지속하자 창업 생태계가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든든한 자금 지원 줄이 되던 VC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자 현재는 대부분 국영펀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VC 시장에서 국유 자본이 80%가량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위험도가 낮은 첨단 제조업에 투자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4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게다가 국영 VC들은 창업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정해진 시기에 상장하지 못하거나 파산한 스타트업들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다른 VC들과의 거래를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국내외 투자자들이 투자에 위축되고 있다. 진커위 런던정경대 교수는 “스타트업 투자는 중국의 기업가적 역동성을 북돋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하지만 최근 글로벌 투자 유출과 중국 기업가치 하락은 중국 국가혁신 발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한 임원은 “스타트업 업계 전체가 우리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며 “이를 보는 게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한 투자자는 “과거에는 아시아를 보는 미국의 유한책임사원들이 중국 펀드만 만나고 싶어 했다. 인도 같은 다른 시장은 그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웠다”며 “이제는 마치 나병 환자처럼 우리를 아예 상대하지 않으려 한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