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의료기관, 기독 NGO가 불가리아의 4살 소년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불가리아 부토보교회를 시무하는 나스코(29) 전도사는 지난 40일간 한국에 머물렀다. 아들 빅토르(4)의 희소질환인 요도하열 치료를 위해서다. 2일 출국을 앞두고 서울 성동구 성락성결교회(지형은 목사)에서 나스코 전도사 가족과 그들을 인솔한 박계흥 선교사를 만났다.
요도하열은 남자아이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선천적 질환이다. 요도의 끝이 비정상적으로 열려 있어 소변이 여러 갈래로 새어나가는 증상이 특징이다. 이 병은 내버려 둘 경우 신체적 불편뿐만 아니라 자존감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빅토르는 불가리아에서 첫 번째 수술을 받았으나 실패했고 불가리아의 의료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박계흥 선교사가 제자를 위해 나섰다. 박 선교사는 14년 전 청소년이었던 나스코 전도사를 만나 기독교 신앙을 전했고, 이후 나스코는 교회 리더로 성장해 현재 부토보교회를 시무하고 있다. 제자의 아들 빅토르의 치료를 위해 박 선교사는 직접 나서 한국에서 수술을 받도록 돕게 됐다.
박 선교사는 “수술 비용이 1억 원 이상 들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스코 전도사 가족은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며 “불가리아에서 이미 한 차례 수술을 실패한 후 재정적인 문제까지 더해져 상황은 더욱 어려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던 중 세브란스병원이 운영하는 글로벌 세브란스 채리티 프로그램을 지인 선교사를 통해 알게됐다. 2011년 연세대학교 설립 125주년을 기념해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저개발국가 환자들에게 무료로 치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제중원 4대 원장인 에비슨 선교사의 기독교적 나눔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의 지원이 결정되면서 나스코 전도사 가족은 수술비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빅토르의 수술은 8월 23일 세브란스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수술 후 빅토르는 정상적으로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이후 차도를 지켜보던 중 소변이 새어 나오는 누공이 발견됐다. 세브란스병원은 내년 3월 2차 수술을 계획하고 있으며 가족은 그때 다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나스코 전도사는 “추가 치료가 필요하긴 하지만 아이의 상태가 많이 호전됐고 한국에서 믿을 수 없는 사랑을 받았다”며 세브란스병원과 재단 및 수술 비용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 “하나님께서 이분들을 통해 일하고 계심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한국행은 나스코 전도사의 건강을 확인하는 데도 중요한 계기가 됐다. 10여 년간 각혈 증세를 호소한 나스코 전도사는 박 선교사의 권유로 정밀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 흉선종이 발견됐다. 흉선종은 가슴 속 흉선에 생기는 종양으로 암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어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스코 전도사는 불가리아로 돌아가자마자 치료를 받을 계획이다. 나스코 전도사는 현재 미주장신신학대학원에서 온라인으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한편 나스코 전도사 가족은 40일간의 한국 체류 동안 성락성결교회 산하 글로벌사랑나눔재단(이사장 최영태 장로)의 도움을 받았다. 재단은 가족에게 숙소를 제공했고 병원과 공항 픽업을 도왔다. 지형은 글로벌사랑나눔재단 명예이사장은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재단은 지난 5년간 저개발국가의 80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해왔다”며 “이번 나스코 전도사 가족의 지원 역시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