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즈 VS 밴스, 처음이자 마지막 토론…‘점잖은 정책 대결’ 평가

입력 2024-10-02 13:44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J D 밴스 상원의원과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CBS 주최로 열린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은 두 사람 모습을 편집한 것.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화당 후보 J D 밴스 상원의원이 1일(현지시간) 처음이자 마지막 TV토론을 벌였다. 경제와 불법 이민자 문제, 낙태권 등 미국 국내 현안에 초점을 맞춘 이날 토론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팽팽하게 진행됐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상대를 향한 인신공격이나 모욕적인 발언은 전혀 없어서 “정상적인 정책 대결(뉴욕타임스)”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비호감 이미지’가 강했던 밴스 의원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관전평도 있었다.

두 후보는 이날 뉴욕에서 CBS뉴스 주최로 열린 토론에서 중동 문제를 시작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월즈 주지사는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이 이스라엘인 1400여명을 학살하고 인질로 잡은 것”에서 전쟁이 시작됐다고 설명하며 “이스라엘의 방어 능력은 절대적으로 근본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곧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도널드 트럼프와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위험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며 “트럼프의 참모인 존 켈리는 자신이 만난 사람 중 트럼프가 가장 결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고, 국방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 모두 트럼프가 지금 백악관 근처에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와 가장 가까운 사람도 트럼프가 최고직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며 “바로 밴스 상원의원”이라고 했다. 과거 밴스가 트럼프를 비판했던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화당 부통령 후보 J D 밴스 상원의원이 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CBS 주최로 열린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은 두 사람 모습을 편집한 것. 연합뉴스

밴스는 “자국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이스라엘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격을 감행한 이란은 카멀라 해리스 행정부 덕분에 1000억 달러가 넘는 자금과 동결 해제 자산을 받았다”며 “그들은 그 돈으로 우리 동맹국을 향해 발사하고 있는 무기를 구입하고 있다. 미국을 향해 발사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사람들이 미국을 두려워하게 하려면 힘을 통한 평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밴스 “해리스 때문에 역사적 이민 위기” 월즈 “트럼프가 초당적 이민 법안 폐기”
두 후보가 가장 뜨겁게 맞붙은 이슈는 국경 통제와 불법 이민자 문제였다. 밴스는 “해리스 때문에 우리는 역사적인 이민 위기를 겪고 있다. 해리스는 펜타닐(합성마약)을 우리 공동체에 기록적 수준으로 반입시켰다”며 “트럼프의 국경 정책을 재시행하고 국경 장벽을 건설하고, (불법 이민자) 추방을 다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월즈는 “해리스 부통령은 과거 미국 최대 주이자 접경 주인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으로서 이번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국경을 넘나드는 인신매매, 마약 거래 등을 기소한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곳은 의회”라며 “민주당과 공화당은 공정하고 강력한 이민 관련 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를 선거 이슈로 만들기 위해 반대표를 던지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월즈는 그러면서 “나는 밴스 의원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원한다고 믿는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편에 함께 서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게 되면 다른 사람을 비인간화하고 악마화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밴스도 “내가 가장 걱정하는 사람들은 해리스의 국경 개방으로 삶이 파괴된 오하이오 스프링필드 주민”이라며 “당신(월즈)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겠지만 해리스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민 문제를 토론하는 과정에서 사회자가 “스프링필드에는 합법적인 아이티 이민자들이 많다”고 팩트체크에 나서자, 밴스는 “팩트체킹을 하고 있으니 실제로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말하겠다”며 사회자의 말을 가로막았다. 이 과정에서 두 후보의 공방이 길어지자 사회자들은 마이크를 음소거하기도 했다.

경제 문제에서도 두 후보는 180도 다른 진단과 전망을 했다. 월즈는 “트럼프는 주로 상위 계층에 감세 혜택을 주었고 국가 부채는 사상 최대인 8조달러가 늘었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의 보편 관세 공약에 대해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경기 침체를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반면 밴스는 트럼프 재임 시절 감세안을 거론하며 “이 법안이 2017년 통과되면서 미국에서는 한 세대 동안 경험하지 못한 경제 호황을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 “식품 가격을 25% 오르게 하고 주택 가격을 60% 인상했으며 미국 남부 국경을 개방해 중산층이 삶을 감당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해리스가 중산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계획이 있다면 그것을 왜 지금 시행하지 않느냐”고 했다.

공화당이 불리한 이슈인 여성 재생산권 등에 대해서는 월즈의 공세가 거셌다. 월즈는 연방 차원에서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 대법관 주도로 폐기된 점을 지적하며 “트럼프는 자신이 판사들을 투입해 52년간 이어져 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자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밴스는 “트럼프는 낙태 정책에 대해 캘리포니아와 조지아가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이 문제를 처리하는 올바른 방법은 유권자들이 결정을 내려 개별 주에서 낙태 정책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의 2020년 대선 불복 사태와 관련해 월즈는 “그는 분명히 선거에서 졌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대선이 끝나고 우리는 악수해야 한다”며 “승자는 승자이어야 하고, 이것(선거 불복)은 중단되어야 한다. 이것이 나라를 찢어 놓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밴스는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고, 나는 우리가 그 문제들에 대해 싸우고, 공론의 장에서 평화롭게 토론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이 페이스북 등을 규제하는 정책을 추진한 것을 거론하며 “이런 온라인 검열이 그 어떤 것보다 더 위험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했다.

총기 규제 문제에 대해서도 밴스는 해리스 부통령의 국경 개방 때문에 불법 총기가 유통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내 총기 사고에 대해서는 “학교의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월즈는 자신과 해리스 부통령 둘 다 총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우리는 헌법 2조(총기 보유 권리를 규정한 조항)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우리가 일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대상은 우리 아이들”이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월즈가 자신의 10대 아들이 고등학교 근처에서 총격 사건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밝히자, 밴스는 “당신의 17세 아들이 그런 일을 겪은 지 몰랐다. 정말 유감”이라며 위로하기도 했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J D 밴스 상원의원과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 주지사가 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TV토론을 마친 뒤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월즈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버니 샌더스부터 딕 체니, 테일러 스위프트 등 해리스가 구축한 수많은 사람의 연합에 대해 놀라고 있다”며 “해리스는 우리에게 기쁨의 정치를 가져다주고 있다. 11월 5일 해리스에게 투표해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밴스는 “우리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미 한 번 해본 적이 있고, 잘 해낸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트럼프에게 투표해달라”고 요청했다. ‘흙수저’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정치 철학과 관점에도 토론 내내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두 사람은 토론을 마친 뒤에도 웃으며 악수를 하고 격려했다.

미국 언론 “정중한 정책 대결” 호평

미국 언론들은 두 후보 토론이 인신공격 없는 정책 이슈에 집중됐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놀랍도록 화기애애한 저녁”이었다며 “몇 가지 공방이 오갔지만, 토론은 대체로 점잖았다. 특히 트럼프와 해리스 후보 간의 충돌에 비교해 정책에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정중한 토론에서, 월즈와 밴스는 개인적인 공격보다 정책에 집중했다”고 보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밴스가 토론에서 스타일로 승리했다”며 “밴스는 언제 열기를 끌어올려야 하는지 잘 아는 것으로 유명하다. 토론을 통해 그가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음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폴리티코는 월즈에 대해서는 “워밍업에 시간이 걸렸고, 워밍업 이후에도 그다지 훌륭하진 못했다”고 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