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권한 없는 정몽규, 감독 선임 과정 개입”

입력 2024-10-02 10:03 수정 2024-10-02 11:35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과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앞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연합뉴스

특혜 의혹이 불거진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가 여러 차례에 걸쳐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홍 감독을 선임하면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적으로 감독 후보를 추천했다. 또 면접 과정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이뤄지는 등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문체부는 2일 오전 축구협회 감독 선임 관련 감사에 대한 중간발표를 하고 이같이 밝혔다.

문체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기술총괄이사는 감독 선임 권한도 없는 회장과 부회장이 감독 선임 관련 권한을 위임하고 후속 조치 이행을 지시받았다는 이유로 감독 추천 과정에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정몽규 축협 회장으로부터 감독 선임 관련 권한을 위임받아 절차를 진행했는데, 이 이사는 전력강화위원회 구성원도 아니고 감독 추천 권한도 없었다는 것이다.

홍 감독의 면접 과정이 다른 감독 후보자의 대면 면접 상황과 달랐다고도 짚었다. 문체부는 “홍 감독 면접은 사전 인터뷰 질문지도 없고, 참관인 없이 이 이사 단독으로, 장시간(4~5시간) 기다리다 늦은 밤 자택 근처에서 진행했으며 면접 진행 중 감독직을 제안하고 요청했다”고 했다.

문체부는 또한 최종적으로 홍 감독을 선임한 절차인 이사회 서면 결의는 감독 내정·발표 후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감사에서 전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기능이 무력화된 상태에서 선임이 이뤄지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과정에서도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정 회장이 클린스만을 포함한 최종 감독 후보자 2명에 대한 2차 면접을 진행하는 등 부적절한 개입이 있었다고 문체부는 판단했다.

축구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에 따르면 대표팀 감독은 전력강화위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해야 하지만, 당시 전력강화위원은 후보자 면접 과정에 처음부터 배제돼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는 지난 7월 홍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선임으로 특혜 논란이 일자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피겠다며 감사를 벌여왔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