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수장들, 이번엔 국감 못 피했다… 또 고개 숙일까

입력 2024-10-01 19:53

올 들어 반복된 대형 금융사고로 주요 은행 수장들이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나설 예정이다. 2년 전 국감장에서 은행 수장들이 횡령·부당대출 등 내부통제 실패로 고개를 숙였던 모습이 올해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오는 10일 열릴 금융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등을 채택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도 명단에 있지만 야당에서 이 행장이 아닌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출석을 요구해 추가 협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주요 은행 수장의 국감행은 2년 만이다. 21대 국회 국감에서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 은행장이 일제히 정무위 증인으로 출석했다. NH농협은행은 코로나19에 확진된 행장 대신 수석부행장이 참석했다.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하는 등 은행권 사건·사고가 이어지자 은행장들이 총출동해 내부통제 강화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리참석’이었다. 당시 출석요구서를 받은 5대 금융그룹 회장들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이유로 출석을 피해 은행장들이 대신 참석했다. 지난해 국감에는 ‘맹탕 국감’ 논란이 일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불참해서다.

올해 국감에서는 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에 대한 질타가 예상된다. 부당대출과 횡령 등 대형 금융사고가 반복되며 금융사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우리은행은 횡령과 부당대출이 한꺼번에 발생해 경영진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이다. 100억원대 횡령 사고에 이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부당대출을 지난해 말 인지하고도 금융 당국에 늑장 보고했다는 점도 국감에서 지적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손 전 회장 관련으로 알려진 부당대출 규모는 350억원 수준이다. 임 회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부당대출 관련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에서는 올해만 4건의 횡령·배임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금액만 290억원가량이다. 부동산 담보가치 부풀리기와 임직원 일탈 등 내부통제 실패가 잇따른 만큼 실패 원인을 추궁하고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에는 적자 폭이 커진 인도네시아 법인 투자와 관련해 정무위가 손실 책임을 따져 물을 전망이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