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의 핵심적인 정의는 ‘구원을 전하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예수께서 주신 구원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파하는 활동인 것이다. 그렇다면 선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준비는 구원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규정하는 것이다. 구원의 개념 정의에 따라 선교 목표가 달라지고, 그 선교를 이루는 방법 역시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 선교 양대 진영 중 하나인 세계교회협의회(WCC) 에큐메니컬 진영의 구원 이해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영적구원과 물질구원이 모두 구원의 개념 속에 포함된다. 이 관점에서는 영적 구원이 우선적이라고 보는 것을 잘못된 이분법적 관점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이 영과 육으로 구성돼 있으므로 영적인 복음뿐 아니라 물질적인 복음도 동일하게 필요한 것이라고 인식한다. 물론 전통적인 선교도 물질 차원을 무시하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영혼 구원을 우선순위에 두었다. WCC는 이처럼 영혼 구원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 자체가 이분법적이고 잘못된 구원 이해라고 평가한다.
둘째, 개인 구원과 사회 구원을 하나의 구원 개념 속에 포함한다. 전통적인 구원 이해는 기본적으로 구원을 개인적 차원에서 바라봤다. 구원이란 하나님과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며 그것은 개인의 회개를 통해 주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구원을 얻으면 그 개인들이 사회를 점진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WCC 방콕대회는 이러한 구원 개념을 재정립했다. 이에 따르면 죄는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구조적으로 억압하는 것이다. 이러한 죄의 해결은 구조적인 악에 속박 당한 사람들을 해방하는 데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여기서 속박 당한 사람들은 죄인 취급을 받는다. 이런 점에서 구원은 개인적인 차원보다 사회적인 차원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셋째, 구원을 모든 피조물의 총체적 행복으로 보는 경향이다. WCC 에큐메니컬 진영은 인간의 구원뿐 아니라 모든 피조물의 총체적 행복을 구원 개념에 포함한다. 이런 점에서 칼 브라텐은 에큐메니컬 진영에서 말하는 구원에 대해 “이 구원은 사람들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짐들을 벗겨주고 인종 신앙 피부색 신분 등과 연관된 장애들을 깨뜨림으로써 인간을 온전히 인간답게 해방시키는 것(인간화)”이라고 말했다. WCC가 말하는 구원이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모든 문제로부터의 해방과 모든 피조물의 총체적 행복이다.
이와 같은 구원 개념을 가질 때 선교의 목표와 방법은 전통적인 선교와 달라진다. 전통적인 선교는 영혼 구원을 핵심 목표로 삼기에 구제와 개발 등을 행하면서도 복음을 전하는 구령 사역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하지만 총체적인 구원 개념을 지닌 에큐메니컬 진영의 경우는 전도에 관한 관심보다는 세상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구조적 악을 타파하고, 환경문제를 해결해 모든 피조물이 행복해지는 것에 관심을 둔다. 이러한 방향성으로 선교 방식은 인권운동, 정의 운동, 복지 운동, 환경운동 등과 유사한 경향을 보이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구원 개념이 과연 성경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 특별히 예수의 가르침과 들어맞는 것인지를 분석해야 할 것이다. 구원은 우리 인간이 스스로 고안한 것이나 달성하는 것이 아니다. 철저히 하나님께서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계시하신 것이기 때문이다.
◆안승오 교수는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과 미국 풀러신학대 선교대학원을 마쳤다. 필리핀 선교사로 활동했고 현재는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과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리=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