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50억원대 부당대출이 이뤄지도록 계열사 경영진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기유(69)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여경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김 전 의장에 대해 지난 30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일 밝혔다. 김 전 의장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가 이뤄진 지 약 일주일만이다.
김 전 의장은 지난해 8월 부동산 개발 시행사를 운영하는 지인 이모(65)씨의 청탁을 받고 적법한 심사 없이 150억원 상당의 부당 대출이 이뤄지도록 계열사 경영진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이씨는 기존에 받은 250억원 가량의 대출 때문에 추가 대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태광그룹 계열사인 고려·예가람저축은행의 전 대표 이모(58)씨가 김 전 의장의 지시에 따라 여신 심사 실무자들에게 총 150억원의 대출을 실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고려저축은행의 전 위험관리책임자 김모(63)씨 등도 가담했다. 검찰은 김 전 의장이 부당 대출을 직접 지시했다는 진술 등 공모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차명 계좌로 받은 대출금 중 약 86억원을 빼돌려 주식 투자 등 개인적 용도로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이 중 1000만원은 지난해 10월 김 전 의장의 아내가 소유한 개인 계좌로 입금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구속된 이씨와 고려·예가람 저축은행 이 전 대표 등 관련자 5명에 대한 재판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김 전 의장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11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되자 그를 대신해 그룹 업무를 총괄해온 ‘2인자’로 불린다. 앞서 태광그룹은 지난해 8월 주요 계열사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 전 의장의 여러 비위 행위를 발견하고, 같은 해 11월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태광그룹은 이 같은 비위 의혹을 이유로 김 전 의장을 해임한 상태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