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최근 발언에 대해 “위험한 질문”이라고 비판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30일(현지시간) 한미일 3국 안보·경제 전문가 네트워크 ‘트라이포럼’이 워싱턴 DC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센터에서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이렇게 말하며 “우리가 그 길로 가기로 결정한다면 그것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인데 나는 우리가 거기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브라이언은 “그(IAEA 사무총장)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러시아와 중국과 같은 방식으로 군비 통제를 시작하려고 한다면 그 시점에 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다른 나라가 억지력을 위해 자체적인 핵무기를 가지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오브라이언은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에도 “목표는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김씨 일가는 마피아처럼 권력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며 그들은 핵무기가 정권을 유지해준다고 믿는다”면서도 “우리는 계속해서 그것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브라이언은 트럼프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는 것과 관련해 “더 많은 돈을 분담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동맹에 대한 거부가 아니다”며 “그것은 동맹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인정”이라고 말했다.
오브라이언은 트럼프 재집권시 북핵을 용인할 것이라는 일부 우려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일을 보면 그는 억제력으로 시작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 강경한 정책을 취했고, 북한을 긴장시켰다”고 했다. 이어 “김정은은 한반도에서의 비핵화에 동의했지만, 결국 김정은은 그것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브라이언은 재임 시절 트럼프와 북핵 협상 재개 방안에 논의하는 과정에서의 일화도 소개했다. 트럼프는 당시 “한국은 그들(북한)과 협상하기 위해 여성들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 “한국 여성 골퍼를 본 적이 있느냐. 그들은 항상 모든 대회에서 크게 이기며 한 개의 퍼트도 놓치지 않는다. 그들은 킬러(killer)”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한국 여성 골퍼들이 김정은을 (협상에서) 죽일 것”이라고 언급했다고도 전했다.
오브라이언은 트럼프의 최측근 참모로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국무부 장관 등 외교·안보 라인 핵심 인사로 재기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글·사진 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