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준비 중인 정원도시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제주형 정원도시 조성사업의 목적을 확고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경미 국립수목원 정원식물자원과 연구사는 30일 제주도가 마련한 ‘제주형 정원 정책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천편일률적인 형태로 정원도시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정원도시 정책이 명확한 철학없이 유행처럼 탑다운(Top-down, 하향식)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사는 “사업 목적이 불분명하면 정책 결정권자가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바뀌게 된다”며 “제주도는 정원이 목적이 아니라 정원을 통해 어떤 기능과 역할을 얻을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른 도시와 구분되는 제주형 정원도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병철 산이정원 원장은 “토론회 참석을 위해 7년 만에 제주에 왔는데 제주시의 경관은 변함이 없다”며 “사람들이 외국이나 다른 도시를 찾는 이유는 새로운 풍경을 보기 위해서인데 관광지로서 제주의 경관은 차별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순천시가 정원도시로 자리를 잡으면서 많은 자치단체가 제2의 순천을 꿈꾼다. 하지만 욕심이나 성급함이 개입되면 역기능이 나타난다”며 “협의체를 통해 제주도만의 차별적인 정원도시 형태를 천천히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찬 베케정원 대표는 정원도시 구상 과정에 일반 도민 등 사회 각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대표는 “제주의 어머니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마당에 맨드라미를 심으며 자부심 강하게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며 살아왔다”며 “정원에 관심있는 많은 일반 도민을 포함해 관련 분야 지식인이나 건축 등 도시 다른 분야 사람들로부터 정원도시에 대한 바람이나 의견을 청취해야 정원도시가 나아갈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성 KBS PD는 “커뮤니티 가든과 같이 시민들이 정원 가꾸기에 참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정원도시에 대한 인식과 참여도를 높여야 진정한 의미의 정원도시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토론회에서는 정원정책 수립 시 개인주택 비율이 높은 제주도의 주택구조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시민정원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이들이 작업할 수 있는 도심 공간을 연결하고 예산을 지속적으로 편성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생식물을 관리·제공하는 창구 마련과, 외래 식물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할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코로나19 이후 치유와 위로의 수단이자 건강한 삶을 위한 도시 기반으로 전국 지자체에 정원 열풍이 불고 있다.
산림청은 2001년 신설한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2015년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로 개정하고 정원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제주도는 ‘정원문화 조성 및 진흥에 관한 조례’를 제정 중이다. 내년 1월에는 제주형 정원도시 기본계획 수립 조사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현재 민간정원 9곳을 등록하고, 예산 15억원을 투입해 생활권 실내정원 3곳을 조성하는 등 정원문화 인프라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토론회에서 “천천히 고민하면서 차별화된 제주형 정원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경준 제주도 산림녹지과장이 ‘제주형 정원 추진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조경진 서울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