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의 거대 온라인쇼핑 플랫폼들이 역직구(해외직접판매)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자 국내 기업들은 상품 품질과 믿을 수 있는 서비스를 무기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한국 역직구 시장을 해외 플랫폼이 장악할 경우 산업 주도권 자체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우려 속에 차별화 전략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G마켓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역직구 플랫폼 ‘글로벌샵’은 오는 13일까지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우수 ‘K상품’을 최대 70% 할인하는 ‘챌린G마켓’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행사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할인율보다 ‘품질’을 앞세웠다는 점이다. G마켓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뷰티, 패션, 생활용품 등 분야에서 엄선한 국내 우수 중소셀러 제품을 선보인다. 1만원 이상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는 최대 5만원까지 할인되는 20~30% 쿠폰을 제공한다. 쿠팡은 대만에서 현지 풀필먼트센터를 가동하고 로켓배송을 확장하고 있다. 쿠팡을 통해 대만에 진출한 국내 중소 셀러는 1만2000곳이 넘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기업의 강점은 품질과 서비스다. 국내에서 어느 정도 검증을 거친 상품을 해외 소비자들이 받아볼 수 있도록 하고, 높은 수준의 응대 서비스를 통해 “한국 물건은 한국 플랫폼에서 사는 것이 좋다”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것이다.
반면 해외 공룡기업들은 압도적인 자본력을 앞세워 셀러 유치전에 주력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지난달 25일 ‘제1회 코리아 셀러 포럼’을 열고 다음 달부터 시작하는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알리는 한국 셀러들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중개·판매 수수료 0%, 보증금 0원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10% 내외의 판매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혜택이다. 아마존 글로벌셀링 코리아는 지난 6월 국내 뷰티 브랜드를 대상으로 ‘아마존 K뷰티 컨퍼런스’를 열고 역직구 지원 전략을 소개하며 한국 셀러 유치에 나섰다.
외국 거대 기업들이 역직구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수익 창출보다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중국 기업은 가품·위해성 제품 판매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품질이 좋은 한국 상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인식 개선을 도모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의 경우도 비슷한 맥락에서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문화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내 역직구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해외직접판매액은 2014년 6791억원에서 지난해 기준 1조6972억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런 흐름 속에 국내와 해외 기업의 역직구 시장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해외 플랫폼이 강세를 보인다면 당장은 중·소상공인의 매출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배송, 물류 등 시스템을 빼앗기고 수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적자를 감수할 수 있는 거대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오랫동안 국내 업체들이 쌓아놓은 노하우를 통해서 차별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