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뒷담] “밸류업을 비판해선 안돼” 몸 사리는 금융사들

입력 2024-09-30 18:08
한국거래소는 상장기업 공시 담당자를 대상으로 밸류업 공시 설명회를 지난 27일 진행했다. 사진 한국거래소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비판했던 국내외 금융사들이 ‘몸 사리기’에 들어갔다. 외국계 투자은행 UBS는 자신들의 투자 노트 내용에 대해 이례적으로 사과했다. 밸류업 지수를 비판적으로 평가한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지주사로부터 ‘주의’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치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 소속 A 연구원은 지난달 25일 지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그가 외부 방송에 출연해 밸류업 지수를 비판한 것이 이유가 됐다. 본연의 업무 영역이었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지주로서는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UBS는 밸류업 지수를 비판한 투자 노트 내용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고객에게만 공유된 해당 노트는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UBS는 “(해당 메시지에) 부적절한 표현이 일부 포함됐음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 같은 표현이 포함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밸류업 지수를 설계한 한국거래소에는 먼저 연락해 사과했다.

금융사들은 정부 정책 비판 근거로 자신들의 보고서가 활용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감에 출석해 정부·여당과 야당 사이에서 ‘낀 신세’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다. 과거 사례도 있다. 2020년 야당이던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가 추진한 뉴딜펀드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낸 하나증권 연구원을 국감 참고인으로 불렀다.

UBS의 사과가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밸류업 정책을 비판하는 근거로 UBS 투자 노트를 인용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이야기도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한편 밸류업 지수는 첫 정식 산출일인 이날 2.80% 내린 992.13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2.13%)보다 낙폭이 더 컸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