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쇼크’… 닛케이 4.8%↓ 시총 1위 도요타 7.6%↓

입력 2024-10-01 00:01
일본 집권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재가 30일 도쿄 당사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증권시장의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집권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재 선출 이후 첫 거래일인 30일 4.8%나 급락했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개장 직후 4% 넘게 하락한 뒤 일시적으로 시초가(3만9117.83)를 웃돌며 반등을 시도했지만, 오후 장에서 다시 밀려 3만7919.55에 마감됐다. 전 거래일 종가(3만9829.56)보다 4.80%(1910.01포인트)나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 총재 선거 다음 거래일의 낙폭으로 1990년 이후 최대”라고 분석했다.

주요 기업의 주가 낙폭은 더 컸다.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일본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도요타자동차는 7.60%(209엔) 급락한 2542.5엔, 반도체 장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은 7.95%(2185엔) 떨어진 2만5290엔, 게임 업체 닌텐도는 5.13%(413엔) 밀린 7635엔에 마감됐다.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그룹은 7.36%(669엔) 하락한 8424엔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증시의 하락은 이시바 총재가 신임 총리로 집권한 뒤 기준금리 인상과 물가 안정, 금융소득세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은 결과로 분석된다. 기준금리 인상은 자국 통화 가치를 높이지만,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자본 이탈을 불러오는 악재로 평가된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시작으로 금리를 점진적으로 높이고 있다. 금융가에서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와 엔화 강세가 이시바 정권에서 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NHK는 “금리 인상에 신중한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 자민당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 진출해 주가가 상승한 데 따른 반작용이 이날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지난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결선 투표에서 이시바 총재에게 밀려 낙선했다. 1차 투표 결과만을 확인하고 마감한 당시의 닛케이지수가 이날 이시바 총재의 승리 결과까지 반영하고 하락했다는 것이 NHK의 분석이다.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자민당 총재 선거 전부터 일본의 금융완화와 재정지출을 통한 성장 전략인 ‘아베노믹스’ 계승자를 자청했고,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장 초반 증시 하락에 대해 “긴장감을 갖고 국내외 경제·금융 시장 동향을 주시하겠다. 일본은행과도 긴밀하게 협력해 경제·재정 운영에 만전을 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