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선교사들이 40여년 전 아프리카 가봉에 심은 복음의 씨앗은 현지인 목회자로 열매를 맺었다. 이제는 가봉의 복음화를 선도하는 그 열매들이 최근 한국 땅을 찾았다.
아프리카성시화운동본부장 김홍기 선교사와 함께 지난 27일 방한한 루이 실뱅(53) 가봉 복음교회(Evangelical Church) 교단 총회장 이야기다. 실뱅 총회장의 방한 길에는 베누아(53) 부총회장과 9명의 현지 교회 장로 등도 함께했다. 자신에게 신앙을 전수해 준 한국교회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다. 이틀 뒤에는 서울 서소문교회(이경욱 목사) 등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며 한국교회의 사역 현장도 직접 눈으로 봤다.
“정말 믿음의 표본과도 같은 교회와 예배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모여 함께 뜨겁게 찬양하고 열정적인 설교 메시지를 들으며 예배를 드리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특히 정해진 순서에 맞춰 경건하고 조직적으로 예배를 드리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30일 서울 용산구 주한가봉공화국대사관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실뱅 총회장은 이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김 선교사가 통역을 도왔고, 자리에는 세계성시화운동본부 김철영 사무총장이 함께했다.
김 선교사에 따르면 실뱅 총회장은 가봉복음주의신학교 출신 목회자다. 가봉복음주의신학교는 1985년 2월 포항제일교회의 파송을 받은 후 평생 가봉 선교에 헌신했던 김상옥 선교사가 세운 대표적인 현지 신학교다. 실뱅 총회장은 30대 중반까지 별다른 직업 없이 방황하던 중 신학교를 알게 되며 본격적으로 신앙이 성장했다. 2005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목회자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던 건 거역할 수 없는 하나님의 부르심 때문이었습니다. 김상옥 선교사님이 가봉에 처음 오셨을 때만 해도 가봉교회는 분열됐고, 희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신학교를 통해 가봉의 젊은 세대를 훈련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김 선교사님의 사역에 감명받아 저도 이렇게 목회자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김 선교사에 따르면 산유국인 가봉은 아프리카 국가 중 부유한 나라에 속하고, 개신교인 비율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교회 간 연합이 잘 이뤄지지 않고, 성도들의 헌신도도 낮은 편이라 교회가 잘 자립하기 어렵다.
김 선교사는 “주님을 위해 교회에 헌신하는 교인을 세우는 일과 교회 지도자들을 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실뱅 총회장 등이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교회의 부흥에 자극을 얻고, 동행한 성도들도 한국교회 교인들의 헌신을 배우고 돌아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 선교사는 가봉 교회의 시급한 과제로 현지인 목회자 양성과 이를 이끌 한국인 선교사 자원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가봉에는 15년간 사역한 김상옥 선교사 외에는 거의 선교사가 전혀 없다시피 했다. 특히 최근 9년간은 단 한 명의 한국선교사도 없었다. 이는 김 선교사가 지난해 말 섬기던 대구동부제일교회를 조기 은퇴하고 지난 3월 급히 가봉으로 떠난 이유이기도 하다. 1982년부터 4년 6개월 동안 주가봉 대한민국대사관 부영사로 근무하며 가봉 한인교회와 한글학교 설립에 산파 역할을 담당했던 김 선교사에게 가봉 선교는 못다 푼 과제이기도 했다. 복음교회 교단에서도 김 선교사의 비자 등 현지 체류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도왔다.
김 선교사는 “한국교회의 선교 자원이 영어권에만 치중되지 말고 선교의 사각지대인 불어권 아프리카 선교로도 확장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40대 가봉인 신학생 한 명이 올해 초 영남신학대로 유학을 와 공부 중이다”며 “한국교회가 선교사를 보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런 사례처럼 유망한 현지인 사역자를 한국교회가 길러내고 고국으로 다시 파송해 현지인들이 스스로 자기 민족을 복음화하는 일에 쓰임 받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