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일 서울시에서 시범사업 중인 필리핀 가사관리사에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더 높은 임금을 찾아 불법체류를 선택하는 외국 인력의 이탈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한국이 싱가포르처럼 가사관리사를 저렴하게 도입하면 (제도가) 유지가 되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고 외국인을 속속들이 관리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은 다르다”며 “외국인 근로자들도 커뮤니티를 통해 어느 동네가 임금을 많이 준다는 고용정보를 꿰고 있다. 인권단체, 국제기구 등과도 연결돼 있어 (최저임금 차등 적용으로) 임금을 100만원 미만으로 낮추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최근 시범사업에 참여 중이던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이 사업장을 무단이탈한 이유에 대해서도 더 높은 임금을 주는 일자리를 찾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에 본사업으로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120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는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본사업은) 서울만 할 수 없고 지방도 해야 하는데 외국인의 (사업장) 이탈이 발생하면 지방은 더 잡을 수 없다. 지금도 말이 많고 100만원 준다고 하면 몇 배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통제할 행정력이 되는가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이민자에게 가사사용인(개별 가구에서 사적으로 고용하는 가사도우미) 취업을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고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가장 안전하고 우수한 사람이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가 공장에서 일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취임 전부터 강조해온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에 대해선 “30년 넘게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사안”이라며 “반걸음이라도 나아갈 수 있게 역점 사업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출산·보육·교육’과 관련된 근로기준법 조항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노동약자지원법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처럼 사용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는 지원 중심 법안”이라며 연내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세제 혜택을 줘서 재단 만들 때 기금을 만든다든지 공제회 만들 때 도와주는 등의 방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의 국민연금 편입에 대해서는 “퇴직연금의 발전이 연금개혁의 핵심”이라며 “381조 원에 달하는데 2050년이 되면 국민연금보다 커진다. 중간에 집 구매하거나 할 때 중간청산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