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열린 세계복음주의권 올림픽 제4차 로잔대회가 지난 28일 폐막하면서 22일부터 일주일간 이어진 ‘선교 대장정’이 막을 내렸습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3차 대회를 끝으로 14년 만에 복음주의권 교회들이 만나는 대회였습니다. 1차 대회는 스위스 로잔, 2차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렸기 때문에 애초 4차 대회는 대륙 순서에 따라 남아메리카에서 열릴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2차에 이어 4차 대회를 다시 아시아인 한국에서 열리게 된 것은 국제로잔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고 합니다. 팬데믹 이후 대형 대회를 치르려면 여러 요소가 충족돼야 하는데 한국교회가 이에 적합하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4차 로잔대회는 140년 선교 역사를 가진 한국교회사에서 함께 축하하고 기념해야 할 기념비적인 선교 대회였습니다. 그럼에도 시작 전부터 주최 측은 교계 일부에서 제기된 로잔운동의 종교 통합에 대한 오해 등으로 진통을 겪었습니다. 대회 기간에도 로잔대회가 열린 인천 송도 컨벤시아센터 앞에는 개막날부터 반대 피켓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시위자들은 ‘로잔운동이 동성애 문제에 대해 복음주의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피켓 문구를 들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4차 로잔대회 문서인 ‘서울선언문’은 ‘동성애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 섭리를 거스른 죄’라고 천명했습니다. 서울선언문이 공개된 뒤 많은 이들은 동성애에 대한 성경적 관점을 기술한 부분이 세 페이지에 가까운 것에 놀라워했습니다. 선언문은 “우리는 섹슈얼리티(성적 지향성)에 대한 왜곡을 탄식한다. 개인이 우리의 창조성과 무관하게 젠더를 결정할 수 있다는 개념을 거부한다”고 밝히면서도 "동성애자들을 향해서는 목회적 돌봄과 건강한 사랑, 제자 훈련을 지원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선언문이 발표되자 교계는 이에 대한 세 가지의 상반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세계교회가 동성애·동성혼을 비롯한 성혁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반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상황에서 섹슈얼리티에 대한 복음주의적 입장을 확고히 하는 것이 제일 시급한 과제라는 것입니다.
다른 그룹은 ‘교회가 동성애자를 차별한 것만 회개의 대상으로 삼고, 성적지향 등을 차별금지 사유로 삼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이하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성도들을 심각하게 차별해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들을 철저히 외면하고 침묵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그룹은 일터 선교, 이주민 선교 등 시대적 선교 과제가 산적한 데 반해 섹슈얼리티에 대한 부분이 유독 강조된 것에 대해 아쉽다는 평가입니다. 서울선언문에 대한 개인적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대회 기간에 이에 대한 많은 게시물이 페이스북 등 SNS을 달궜습니다.
대회 기간 세계복음주의자들은 25개 이슈로 토론하는 ‘갭스(Gaps)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사전 모임을 충실히 한 복음주의자들은 ‘로잔대회가 축제 같다’며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미 사전 모임에서 서로를 알아간 시간이 있었기에 갭스 모임에서 구체적이고 깊은 선교 전략을 나눴다고 합니다. 사전 모임을 하지 않았던 이들도 나름대로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과 교제하며 은혜받는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캐나다에서 무슬림 사역을 하는 크리스티나 비에라 선교사는 “갭스 모임에서 무슬림 선교 전략을 논의했는데 유익한 시간이었다. 한 자리에서 복음주의자들을 만나 축제 같은 시간을 보냈다”며 만족스러워했습니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온 퀘시 아바이두 목사는 “전 세계 복음주의자들이 선교 전략을 나누고 교제할 수 있는 대회를 마련해준 한국교회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5000여명이 참석한 대회가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었던 데에는 중보기도자들과 운영 요원들의 섬김이 컸습니다. 대회장 근처에 있는 인천온누리교회에서 전국에서 모인 성도들 1500여명은 매일 기도의 불꽃을 지피며 세계교회에 영적 각성을 일으킬 유의미한 대회가 되길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대회장 곳곳에서 원활한 대회 운영을 위해 섬긴 2000여명 운영 요원들의 역할도 지대했습니다.
로잔대회는 한국교회에 어떤 과제를 남겼을까요. 복음의 순수성을 지키며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복음에 대해 더 명확하게 정리하는 계기를 제공하며 한국교회의 연합을 도모하는 촉매제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