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호황’ 끝났나… 할리우드, 작품 40% 줄었다

입력 2024-09-30 15:38
미국작가조합(WGA) 소속 작가들이 2007년 11월 20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한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AFP 연합

넷플릭스, 훌루 등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열풍과 함께 10년 넘게 호황을 누리던 미국의 콘텐츠 업계가 급격한 불황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작가들 파업으로 멈춰섰던 할리우드가 파업 이후에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파라마운트 등 대형 제작사들까지 정리 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29일(현지시간) 미국 할리우드 호황기가 끝나면서 주요 프로젝트가 취소되고 콘텐츠 제작이 중단되는 등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5월 할리우드는 1960년대 이후 처음으로 작가와 배우가 모두 참여한 파업을 맞았다. 수개월 지속한 파업이 끝나고 1년이 지났지만 업계는 활기를 되찾기는커녕 오히려 더 주춤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최근 파라마운트가 스카이댄스와의 합병을 앞두고 인력의 15%를 감원하기 위한 정리해고를 두차례 단행하는 등 여러 제작사의 해고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영화와 TV 산업 실업률은 8월 기준 12.5%에 달했는데, 자격이 되지 않아 실업수당을 신청하지 못했거나 이미 실업수당을 받은지 오래 된 실업자가 많아 실제 실업률은 더 높을 것이라고 BBC는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스트리밍 붐이 애초에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것이었다고 말한다.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다루는 매체 퍽 뉴스의 설립자 매슈 벨로니는 “넷플릭스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가 추가된 파라마운트의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콘텐츠 시장에도 과열을 불러왔다”면서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제작되어 방영되고 있는 작품이 600여개에 달했는데, 어느 순간 주식 시장이 이에 대한 대가를 보상하지 않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넷플릭스는 회복했지만 다른 회사들은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TV와 영화 제작 현황을 추적하는 사이트인 프로드프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 전역에서 제작된 영화와 드라마 작품 수는 2년 전 같은 시기에 비해 40% 줄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미국만이 아니다. 전 세계 기준으로도 작품수는 20% 감소했다.

배우 겸 드론 촬영 감독으로 활동하는 마이클 포틴은 “지난해 할리우드 노조 파업 전까지는 거의 매일 촬영을 나갔지만, 올해 들어서는 단 22일 밖에 드론을 띄우지 못했다”고 BBC에 말했다

할리우드의 거품이 꺼지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있던 제작사들이 세제 혜택이 있는 다른 주나 국가로 떠나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LA 경제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LA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68만10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면서 지역 경제에 연간 1150억 달러(150조 2268억 원) 이상을 기여하고 있다.

카렌 바스 LA 시장은 지난달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이가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