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뺑소니범 ‘피싱 범죄’ 연루?…광주경찰 수사 확대

입력 2024-09-30 14:40 수정 2024-09-30 15:04

광주 도심 외제차 ‘뺑소니’ 사망사고와 관련, 경찰이 가해 운전자의 범죄조직·보이스피싱 연루설 등에 대해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음주상태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를 도운 조력자가 과거 보이스피싱 혐의로 수사대상에 올랐던 전력을 중시하고 있다. 30대 초반의 나이인 이들은 중·고교 선후배 사이다.

도주차량을 빌려준 지인 역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태국으로 재빨리 출국한 정황이 드러나 이들이 그동안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국내·외에서 조직적 범죄를 저질러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경찰은 24일 새벽 사고 직후 달아났다가 60여 시간 만에 서울 역삼동 유흥가에서 검거된 운전자 김모(33)씨와 도피를 도운 오모(34)씨를 구속하고 편의를 제공한 또 다른 조력자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30일 마세라티 뺑소니 사망사고 브리핑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상 혐의로 구속한 김씨와 범인도피 혐의 혐의로 입건된 A(32)씨 등의 행적 등에 관한 수사내용을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4일 새벽 광주 화정동 한 도로에서 고가 수입차 마세라티를 음주상태로 몰다가 앞서 달리던 오토바이 후미를 들이받은 뒤 아무런 구호 조치 없이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20대 연인이 타고 가던 오토바이를 추돌한 조수석 앞부분 차체가 크게 파손된 마세라티 차량에는 당시 블랙박스가 없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크게 다쳤으며 연인 사이인 동승자 20대 여성 1명이 숨졌다. 사고 당시 오토바이 운전자는 헬멧을 착용해 다행히 목숨을 건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의 행적 수사 결과 구속된 김씨는 사고 닷새 전인 19일 태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뒤 서울에서 치과 치료를 받고 21일 오후 광주에 도착했다.

이후 지인으로부터 마세라티 차량을 빌린 그는 사고 당일 새벽 2시부터 1시간 동안 상무지구 한 술집에서 A씨 등 2명과 술을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직후 술자리를 함께한 A씨의 차량을 얻어 타고 대전으로 도피한 김씨는 다음 날 오전 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오전과 오후 2차례 인천국제공항까지 갔다.

고심하던 김씨 출국금지와 현장 검거를 우려해 항공권을 취소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뺑소니 사건과 별개로 김씨 도주 행각을 도운 조력자들의 석연치 않은 행적을 조사 중이다.

도주 과정에 직접 도움을 준 A씨 등이 과거 전화금융사기 등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전력과 김씨와 나란히 태국과 캄보디아를 수시로 오간 기록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씨에게 마세라티 차량을 빌려준 지인은 사고 당일 오후 늦게 태국으로 출국했다. 당사자 김씨는 태국에서 9개월 정도 머물다가 사고 발생 3~4일 전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일부 태국 ‘여행사’ 근무 경력을 주장했으나 실제 급여지급 내역 등은 없어 신빙성이 떨어진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이들이 보이스피싱이나 자금세탁 등의 범죄를 저질러왔을 개연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보이스피싱 사기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도 파악됐다.

경찰은 또 김씨가 과거 주민등록이 말소돼 지금까지 예명을 쓰며 자신의 신분을 숨겨왔다고 밝혔다.

한때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한 김씨는 검거 이후 모 법무법인 선임과 함께 피해자 측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한 김씨는 변호인을 통해 “인의 혐의를 인정하고 피해자·유가족에 대해 사과의 뜻을 담은 반성문을 제출하는 것으로 출석을 대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마세라티 차량 소유주인 서울 모 법인도 범죄 연루 개연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들이 해외에 기반을 둔 조직범죄에 연루됐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을 빌려준 지인은 연락이 되지 않다가 태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며 “가해 운전자 김씨와 조력자가 태국을 자주 왕래한 이유를 규명한 뒤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면 인터폴 공조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