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에서 보내온 전도 이야기(16) “나는 주일성수를 한다오, 급하면 다른 데 가시든지”

입력 2024-09-30 14:37 수정 2024-09-30 14:41

변상호 목사·보길도 동광교회

목회자가 전도하다 보면 성공하는 경우보다 실패하는 사례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실패가 거듭된다 해도 절대로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늘 체험하면서 복음을 전합니다. 그럴 때면 고난 당하기를 기뻐했던 제자들의 삶을 이렇게 공유할 수 있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밀려옵니다. 영혼 구원 사역이 실패하든 성공하든 그 결과를 주님께 맡기면서 섬 목회를 점점 넓게 펼쳐보고자 합니다.

이발소 어르신 내외분은 노년에 복음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 날마다 감격하고 계십니다. 그분들은 단순히 교회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자녀 됨을 초신자로서 체험하고 있습니다. 과거엔 돈이 제일인 삶의 원칙들이 변화돼 지금은 일요일 이른 아침에 단골손님들이 이발하려고 오면 “나는 이제부터 주일 성수 하는 교인이 됐다네. 미안하지만 내일 오든지 급하면 다른 곳에서 이발하시게” 하면서 손님을 돌려보내고 내외분이 깨끗한 옷을 차려입고 교회 차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빛이 나는지요.
이발소 어르신의 아내 되신 할머니께서 점점 좋아지는 모습이 동네에 큰 뉴스가 되어 그 모습을 보려고 오는 사람도 생겨 났습니다.

그렇게 교회 나오신 지 1년이 넘어서면서 두 분은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죄 사함 받은 그날 어린아이같이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날부터 이발소 어른의 별명은 ‘전도사’로 바뀌었습니다. 과거에는 이발사로서 내내 자신이 살아온 인생길을 전했고, 거기에 살을 붙여가며 자기가 세상을 주물렀다고 자랑하셨는데, 이제는 온종일 교회와 목사님 자랑으로 끝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제는 담임목사에 대해 너무나 지나친 선전과 홍보를 하신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좋은 것 같지만 때로는 그 도가 지나쳐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때가 있습니다. 부족한 종을 베드로 사도와 동급으로 올려놓고 종일토록 이발소 손님들에게 말씀하셨는데 어르신은 나름대로 전도를 목적으로 자신의 아내가 걸어 다니는 사실을 내세우면서 교회와 목회자를 세계적인 목사라고 하십니다. 어르신은 목사를 높이면 전도가 되는 줄 알고 그렇게 하시지만 조금 과장하면 마치 사이비 교주를 만드는 것처럼 밀고 나갑니다.

그래서 저는 수시로 어르신의 이발소에 들러서 적당히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가급적 주일 설교 메시지를 활용하도록 지침을 세워 드렸지만 어르신의 뜨거워진 가슴을 쉽게 식히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좋은 점이 있다면 저희 교회가 개척한 지 3년째 이발소 어르신이 교회를 나오셨고 이발소 어르신의 ‘전도’로 교회가 급속도로 알려지게 됐다는 것입니다. 저희 교회는 섬 끝자락 작은 마을에 있어서 섬 주민들은 잘 몰랐었지요.
교회 주일예배에는 두 분이 멋진 옷을 차려 입고 나오십니다. 그래서 시골사람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예수 믿으니 모든 것이 좋게 바뀌었습니다.

어르신은 교회에 출석한 지 3년째 되던 해 명예 집사님으로 임명되셨고 어르신은 이발소 손님들이 올 때마다 자신이 명예 집사가 되셨다고 알리시면서 앞으로 집사로 불러 달라고 하셨다 합니다. 어르신은 그 직분을 국가로부터 받은 표창보다 더 귀하게 여기셨고 직분에 책임을 다하시려고 여러모로 교회와 성도를 섬기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수년간 이발요금을 면제받았고 생활이 어려운 성도는 무료 이발 봉사도 해주셨습니다. 어르신과 비슷한 시기에 함께 신앙생활을 시작하신 정춘방 어른 집에 불이 났을 때도 교인들을 설득해 정성껏 모금하셔서 100만원이 넘게 모아 전달해 받는 분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셨습니다.

요즘 제 마음이 섭섭한 것은 6개월 전 도시에 사는 어르신 자녀들이 아버지가 종합검진을 받게 하려고 모시고 갔는데 한 달 안에 오겠다고 약속하신 어른께서 장기 입원을 하시는 바람에 속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발소 앞을 지날 때마다 어르신을 생각합니다. 이발소 손님들도 저와 같은 마음이신지 “목사님, 어르신께 전화해서 빨리 와달라고 해주세요” 하시며 한마디씩 하셨습니다. 모든 노인이 비슷하지만 그동안 몸을 돌보지 않고 달려온 어르신의 건강이 빨리 회복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연로하신 ‘전도사님’이 많이도 그리워지는 날입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