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한 달간 제주 고유의 말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가 다채롭게 마련된다. 특히 올해는 제주마축제의 일환으로 한국전의 영웅 ‘레클리스’ 동상 제막식이 열려 눈길을 끈다.
내달 5일 서귀포시 남원읍 옷귀마테마타운에서 제7회 제주의귀말축제가 열린다. 임진왜란 당시 조정에 말을 헌납한 김만일을 기리는 행사다.
김만일은 1594년 말 500여필을 바치는 등 일생동안 1300마리의 말을 조달하며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등 국난극복에 공헌해 헌마공신의 칭호를 받았다. 길트기를 시작으로 난타공연, 승마공연, 댄스공연이 진행된다.
18~20일까지 제주시 일도2동 일대에서는 제9회 고마로 마(馬) 문화 축제가 열린다.
고마로(古馬路)는 조선시대 고수목마(古數牧馬)로 알려진 고마장(古馬場)이 있었던 데서 유래한다. 전통마제 제주명품말요리 토크쇼와 말고기 경매 등을 볼 수 있다.
26~27일에는 제주 아시아 승마 선수권 대회가 개최된다. 국내 등 아시아 20여개국 청소년 승마 선수들이 출전해 장애물 경기를 치른다. 이벤트 경기를 통해 각국의 승마 기술도 선보인다.
26일에는 제19회 제주마축제가 열린다. 제주에서 열리는 말 관련 축제 중 가장 큰 규모다.
렛츠런파크 제주에서 마종별 전시, 먹이주기, 말 관련 직업 체험, 재활 승마, 제주도지사배 대상 경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올해는 한국전쟁 영웅 제주마 레클리스(Reckless)를 기념하는 동상 제막식이 열린다.
레클리스는 1949년 7월 제주에서 태어난 암말이다. 제주마(어미)의 후손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는 ‘아침해’라는 이름으로 서울 경마장을 달렸으나 전쟁이 터지자 1952년 미 해병대에 팔려 탄약과 포 등을 나르는 임무를 맡았다.
‘무모하다’는 의미의 레클리스라는 이름은 1953년 3월 연천지역에서 벌어진 미 해병 1사단과 중공군 120사단의 네바다 전투 때 얻었다.
레클리스는 앞을 분간할 수 없는 포화 속에서도 엄청난 무게의 탄약을 닷새 동안 끊임없이 실어날랐고 결국 기지를 탈환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휴전 후 미국으로 건너간 레클리스는 무공훈장 등 5개 훈장을 받았다. 1959년에는 하사 계급장을 받아 미군 최초의 말 부사관이 됐다. 1960년 명예전역해 1968년 사망했다.
미국 해병대유산재단(MCHF)는 지난 2013년 7월 미국 버지니아주 국립해병대박물관 옆 야외 공원에 레클리스 동상을 세워 기리고 있다.
제주마축제 기간 렛츠런파크 제주에서는 드론 라이트쇼와 유명가수가 출연하는 슈퍼콘서트도 열린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지역 말 사육두수는 1만4777마리로, 전국(2만7289마리) 말 사육두수의 54%를 차지하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