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 주민을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선 A씨(37)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CJ그룹,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을 죽이려 해 정당방위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제12부(부장 판사 권성수) 심리로 열린 살인, 총포화약법 위반 등의 혐의 공판 준비 기일에서 “정당방위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장식용으로 신고한 일본도를 범행에 쓴 데도) 정당한 사유가 있다”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의 의견과 같으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A씨는 “이 사건은 전례 없는 기본권 말살 때문에 일어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CJ그룹, 한 대표 등이 3년 동안 저를 죽이려고 위협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범행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느냐고 재차 묻자 “이것이 인정돼야 제 가격 행위가 인정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피해자 유족들은 검찰이 A씨의 구체적 범죄 사실을 언급하자 흐느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다니던 회사를 약 3년 전 그만둔 뒤 각종 기사를 보다 지난해 10월쯤부터 ‘중국 스파이가 한국에서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망상에 빠졌다.
그 후 같은 단지에서 자주 마주친 피해자가 자신을 미행하는 중국 스파이라고 오인, 지난 7월 29일 오후 11시22분쯤 장식용으로 허가받은 날 길이 75㎝의 장검을 휘둘러 살해했다.
피해자의 부친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온 가족이 밤낮으로 약을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며 고통받고 있다. 저런 자(A씨)를 사형에 처해 한국 사회에 법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