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 주택가’까지 공습… 일촉즉발 중동

입력 2024-09-30 09:41 수정 2024-09-30 11:29
28일(현지 시각) 이스라엘군(IDF)의 표적 공격으로 폐허가 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의 민간인 거주지. AP 뉴시스

이스라엘군(IDF)이 30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도심을 공습했다. IDF가 베이루트 도심을 공격한 것은 레바논을 근거지로 한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분쟁을 시작한 뒤 처음이다.

프랑스 AFP통신 등 여러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새벽 베이루트 서남부의 주택가 알콜라에 있는 아파트 한 채가 IDF가 운용하는 드론(무인기)의 공습을 받아 2명이 사망했다. AFP통신은 레바논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IDF의 공격 대상이 된 아파트는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단체 자마이슬라미야 조직원 2명이 소유한 곳이라고 전했다.

주택가를 폭격한 IDF 작전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공습으로 일어난 강력한 폭발은 민간인이 밀집해 거주하는 인근 주택가까지 뒤흔든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이번 공격이 이뤄지기 전 IDF 드론이 목적지인 주택가가 있는 레바논 서남부 전반을 정찰했다는 목격담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레바논을 향한 IDF의 공세는 점차 세지고 있다. IDF는 지난 27일 헤즈볼라를 이끌던 하산 나스랄라를 공습해 살해하는 등 수뇌부를 해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날 공격으로 나스랄라를 포함, 최소 20명의 헤즈볼라 지휘관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IDF는 헤즈볼라가 각종 무기를 숨겨둔 곳이라며 민간인 주택에 대한 광범위한 공습도 이어가고 있다.

레바논 당국은 지난 29일 자국 동부와 남부, 베이루트 주변에 대한 IDF의 공격으로 사망한 사람이 1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이날 집계된 사망자 규모가 하루 기준 1975~1990년 레바논 내전기 이후 가장 많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벌이던 가자지구 전쟁이 일단락되자 목표를 그 지원세력으로 바꾼 뒤 헤즈볼라를 공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인해 레바논 접경지인 자국 남부에서 피난한 6만여명이 완전히 귀가할 때까지 공습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이 공격 수위를 높여감에 따라 중동 내 전운은 최고조로 고조된 상황이다. 특히 헤즈볼라 수장을 겨냥한 IDF의 공습으로 압바스 닐포루샨 이란혁명수비대(IRGC) 부사령관이 폭사하자 이 나라 정부도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29일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정권의 끔찍한 범죄에 대응하지 않고 지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흐마드 잔나티 이란 헌법수호위원회 사무총장도 “(이스라엘은) 강력한 대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파르스통신이 전했다. 이란 국민은 전날 전국 여러 도시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와 나스랄라와 닐포루샨의 사망에 분노를 표출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