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순천 피살 10대 추모 현장 [포착]

입력 2024-09-30 00:17 수정 2024-09-30 00:31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10대 여학생이 살해된 장소인 전남 순천시 조례동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공간이 조성됐다. 광주MBC 유튜브 캡처

전남 순천에서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된 10대 여학생을 추모하는 움직임이 온·오프라인에서 일고 있다.

29일 사건이 발생한 순천시 조례동 한 대로변에는 국화꽃과 함께 A양(17)을 추모하는 메시지와 딸기우유, 초콜렛 등의 간식이 놓여졌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추모 현장에는 A양의 친구들로 추정되는 이들의 글도 남겨져 있었다. 현장의 팻말에는 “사랑하는 내 친구, 잊지 않을거야” “6년 동안 친구로 지내며 우리 참 다사다난했지. 항상 그리워할게” 등 애틋한 문구가 담겼다.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10대 여학생이 살해된 장소인 전남 순천시 조례동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공간이 조성됐다. 광주MBC 유튜브 캡처

아울러 “안전한 거리, 안전한 사회.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못 만들어 줬네요”와 같이 울분을 표하는 메시지도 볼 수 있었다.

추모의 물결은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SNS에 공유된 사진을 통해 추모 현장의 모습을 접한 한 누리꾼은 “추모 공간을 치우지 말고 유지해주길, 가해자는 반드시 강력처벌 받길”이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다른 누리꾼들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앞길이 창창한 학생이 왜 죽어야 하나” “그곳에선 꼭 평안하길” 등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순천시가 29일 새벽 일면식 없는 남성에게 살해된 10대 여학생을 추모하기 위해 설치한 추모 분향소 모습. 순천시 제공

순천시 또한 피해자를 추모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요청에 따라 같은날 새벽 사건 현장에 추모 분향소를 설치했다. 천막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오고 가는 시민들이 추모할 수 있도록 국화꽃과 분향대가 마련됐다.

순천시 홈페이지에 지난 26일 살해된 10대 여학생을 위한 온라인 추모관이 개설됐다. 순천시 홈페이지 캡처

순천시 홈페이지에는 온라인 추모관이 운영되고 있다. 시는 “순천에서 일어난 17세 학생의 안타까운 희생에 애도를 표한다”는 문구와 함께 추모의 글을 남길 수 있는 페이지를 제작했다.

A양은 지난 26일 오전 0시43분쯤 순천시 조례동 길거리에서 만취 상태의 B씨(30)에게 흉기로 수차례 찔려 숨졌다. B씨는 28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사건 당시) 소주 네 병 정도 마셔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남경찰청은 30일 오후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고 살인 혐의로 구속된 B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