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대 시중은행 예대금리차가 넉 달 만에 다시 상승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주문에 은행들이 시장금리 하락에도 대출금리를 계속해서 올리면서 수신금리와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예대금리차 확대에 따른 은행들 이자 이익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은행권은 올해도 ‘이자 장사’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3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4대 시중은행 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 가계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0.44% 포인트로 집계됐다. 전월 0.33% 포인트 대비 0.11% 포인트 벌어진 수치로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건 지난 4월(0.11% 포인트 상승) 이후 넉 달 만이다.
가계예대금리차는 가계대출 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뺀 값으로,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은행이 가져가는 이익은 늘어난다.
은행별로 보면 예대금리차가 가장 큰 곳은 국민은행이었다. 8월 예대금리차가 0.71% 포인트에 달했다. 이어 하나(0.58% 포인트) 신한(0.24% 포인트) 우리(0.23% 포인트) 순이었다. 상승폭도 국민은행이 가장 컸다. 신한 0.04% 포인트, 하나 0.05% 포인트, 우리 0.08% 포인트 오를 때 국민은 0.27% 포인트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이후 축소 추세였던 예대금리차가 8월 들어 확대 전환한 것은 은행들이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등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이 기간 은행들은 20회 넘게 금리를 올렸고 이 흐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반면 저축성 수신금리는 시장금리 하락 영향으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6월 3.40%였던 저축성 수신금리는 8월 3.17%까지 떨어졌다.
예대금리차가 다시 확대되면서 은행권 이자 수익은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 시장금리 하락과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에 인한 기저효과로 4대 금융이 3분기에는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낼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7월 들어 반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 하반기 4대 금융그룹 실적 전망은 그리 밝진 않았다. 금리 인하기 초입에 주력 계열사인 은행 이자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7월 대출금리 상향 조정에 대출 막차로 역대급 수요가 몰리면서 다시 한번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도 4대 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 추정치를 4조7885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은행권 이자 이익 등이 반영됐다. 지난해 동기(4조4423억원) 대비 약 7.8% 늘어난 규모로 앞서 지난 6월 증권사들이 제시한 4조7223억원보다 600억원 넘게 늘어났다.
은행권은 다시 고개 드는 이자 장사 비판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다음 달 국감도 예정돼 있는데, 관련 내용들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요를 관리하기 위해선 가격을 조절하는 게 기본”이라면서도 “7월만 해도 금리를 올리더라도 실제 예대마진은 줄었기 때문에 가계부채 관리 대응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8월 예대금리차가 커지고, 당국에서도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금리를 올리는 건 돈벌이라고 인식하는 상황이라 이자 장사 비판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