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박사’가 기상이변으로 가축 폐사한 몽골에 제안한 해법은

입력 2024-09-29 12:34 수정 2024-09-29 21:51
김순권(왼쪽에서 두 번째) 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이 지난 9일(현지시간) 몽골 다르항에 위치한 몽골농과대학 북부농업시험장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옥수수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한동대 제공

한동대(최도성 총장)는 학교의 석좌교수이자 국제옥수수재단(ICF) 이사장인 김순권 박사가 기상 이변으로 가축 폐사 위기를 겪는 몽골에 옥수수 축산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29일 밝혔다.

한동대에 따르면 지난 겨울 몽골의 동부 고산지에서는 ‘주드(dzud)’라 불리는 기상이변으로 전체 가축의 10%인 700만 마리가 폐사하는 등 피해가 극심했다. 주드는 건조한 여름 뒤 찾아오는 혹독한 겨울을 일컫는 말로, 과거 1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던 이 현상이 최근 10년 동안 5번이나 발생하는 등 그 빈도가 크게 늘었다.

이에 김 박사는 현지 관계자들에 옥수수를 주 사료로 하는 정착 축산을 그 해법으로 제안했다. 이른바 ‘옥수수 기반 정착 축산’이다. 김 박사는 “800년째 유지되는 유목 경제가 기후 변화와 염소들의 뿌리까지 파먹는 섭식 습관으로 인해 사막화를 가속하고 있다”며 “가축을 한곳에 정착시키고 옥수수를 재배해 사료로 활용하자”고 말했다.

김 박사가 제안한 ‘옥수수 기반 정착 축산’ 모델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면서도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혁신적인 해결책으로 현지에서 주목받았다.
김 박사 등이 몽골 현장답사를 하고 있는 모습. 한동대 제공

김 박사는 지난 9일부터 일주일간 몽골 옥수수 육종 평가와 유엔국제개발계획(UNDP)와의 협력 사업을 위해 몽골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에는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의 맹민수 단국대 교수와 이우성 미래전략연구소(RISTI) 대표, 이상태 나우피드 전무, ICF 몽골지부장 고재형 박사가 동행했다.

김 박사 일행은 이번 방문에서 나란출룬 겔렉잠츠 몽골농림부 축산국장과 면담을 했다. 겔렉잠츠 축산국장은 “몽골의 축산 개량 사업에서 옥수수의 중요성이 전에 없이 높아졌다”며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김 박사는 UNDP, 한국국제협력단(KOICA), 몽골 농업부가 공동으로 ‘MCP(Mongolian Corn Population) 종자’를 증식해 현지 농가에 보급하는 계획을 제안했다. 우선 내년 30개 축산 농가에 시범 재배하고, 이듬해에는 6000 농가, 3년째는 전국 120만 농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 박사가 개발한 MCP는 해발 1200m가 넘는 고산지에서도 잘 자라고, 빨리 익는 특성이 있어 짧은 여름을 보내는 몽골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 나아가 중국 수입 옥수수와 달리 매년 새로 종자를 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김 박사는 “정착 축산이 실현되면 가축의 육질이 좋아지고 우유 생산량도 늘어나게 되면서 몽골의 주요 수출품인 캐시미어의 양과 질도 높아져 경제 전망도 밝아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