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숙 작가의 교인 풍경-7] 선입견과 이중 잣대, 그리고 인지 오류들

입력 2024-09-29 08:40
게티이미지뱅크

K 교회에서 전도를 열심히 하시는 집사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하루는 전도하러 가서 현관문을 두드렸는데, 문안에서 “지금은 아기 목욕 중이에요”라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알겠다고 한 후 다음 주에 다시 방문하였으나 그날도 역시나 아이를 목욕시키고 있다며 똑같은 대답을 하였답니다.

그런 대답이 서너 번 반복되었지만, 계속해서 찾아간 덕에 아기 엄마는 문을 열어주었고 전도하러 간 집사님은 아기 엄마의 이야기를 듣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이 아기 엄마는 목사님의 딸이었고 그동안 교회에서 받은 상처들로 인해 결혼한 후부터는 아예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매사에 모범을 보여야 할 목사의 딸이 교복 치마 단을 줄여 입고 때로는 화장도 하고 다닌다고 권사님 집사님들이 수군댔다고 합니다. 거기다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가 되었고 심지어 아주 어렸을 때는, 교회 권사님들이 기도회를 하는데 기도실 위에 있는 사택에서 쿵쿵 뛴다며 여자애가 얌전하지 못하고 ‘머슴아’ 같다고 야단을 맞기도 했답니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나만의 잣대라고 할까요. ‘누구누구는 00해야 한다. 혹은 00 하면 안 된다’라는 식의 선입견이 있습니다. 선입견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대상에 대해 경험해보지도 않고 미리 짐작하여 가지는 생각’이라고 나와 있듯이, 선입견은 실제와는 전혀 다를 수 있는 실체 없는 생각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너무 많은 선입견이 있고 그 선입견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마도 별로 없는 거 같아요.

다양한 선입견 중에서 ‘목회자 자녀는 이래야 한다. 저러면 안 된다’라는 선입견이 교인들 사이에 굳건하게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더욱이 교인들과 그 자녀들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만, 목회자나 목회자 자녀들은 그러면 안 된다는 ‘이중 잣대’의 적용까지 받으니 목회자 자녀나 그 부모들은 얼마나 속이 상하겠어요. 이것이야말로 요즘 사회에서 회자하고 있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입견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목회자 자녀들

만약 앞의 사례에서처럼 목회자 자녀가 아니라 교인의 자녀였다면 어땠을까요. 한참 사춘기를 겪을 나이에 교복 치마 단을 줄여 입고 화장도 하였지만, 주일날 예배드리러 왔다는 사실이 기특해서 등을 토닥토닥 해주었을 겁니다.

위 사례의 아기엄마는 목회자 자녀라는 이유로 늘 교인들의 눈치를 봐야 했고 자유롭게 행동을 하지도 못했으니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교회를 떠난 지 수년이 되었지만, 어느 날 찾아온 전도자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응어리들을 풀어놓았다고 하니 참 다행입니다. 물론 지금은 그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습니다.

목회자 자녀야말로 엄밀히 따지면 본인이 목회하는 것도 아닌데 목회자처럼 모든 면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이라고 강요하는 건 매우 부담스럽고 그래서 버거울 수 있습니다. 목회자 자녀도 사춘기를 심하게 겪을 수도 있고 때로는 삐뚜로 나갈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더욱 선입견을 내려놓고 그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봐줄 필요가 있습니다.

목회자 자녀들은 교회에서만이 아니라 학교에서 그리고 사회생활 중에도 목회자 자녀라는 꼬리표로 인해 매우 부담을 느낀다고 호소합니다. 목회자 자녀인 S 군은 고등학교 다닐 때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어찌어찌해서 교무실에서 1시간 정도 벌을 받았답니다. 이 모습을 본 담임선생님은 학생주임 선생님께 다가가서 “얘네 아버지가 목사님이에요”라고 하자, 학생주임 선생님은 “나는 교회 장로다. 너희 아버지가 목사님이면 너를 더 사람 만들어야겠네”라며 망신을 주었답니다.

목회자 자녀인 P 자매는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는 자신이 목회자의 딸이라는 사실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고 해요. 그 이유는 사람들의 시선과 말이 너무 부담스럽답니다. 이를테면 ‘목사님 딸이니까 이 부탁 들어주겠지’라고 하는데, 늘 양보하기를 바라고 베풀기를 원하는 것이 너무 불편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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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인지 오류들

교회 안에서 선입견이나 이중 잣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죠. 인지 오류도 문제인데요, 인지 오류란 우리가 어떤 사실이나 정보를 받아들일 때 인지하는 것에 문제가 생겨서 그 의미를 왜곡하여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9명은 인지적 오류를 범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독심술 사고
이를테면 주일예배 때 목사님이 설교하시는데, 어느 권사님이 설교를 시작할 때부터 마칠 때까지 꾸벅꾸벅 조는 겁니다. 그럴 때 “내 설교가 은혜롭지 못한가”하는 생각이 목사님 마음속에서 자연스레 올라왔다면, 이런 것이 인지 오류입니다. 알고 보니 그 교인은 아파트 경비원으로 잠을 못 잔 상태에서 예배참석을 하였고 그래서 졸았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지 오류 중에서 특별히 이런 식의 인지 오류를 ‘독심술 사고’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어떤 근거나 확인 없이 상대방의 마음이 이러이러하다고 자의적으로 판단을 내리기 때문입니다.

이분법적 사고
‘이분법적 사고’라는 것도 우리가 자주 저지르는 인지 오류 중 하나입니다. 이건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음에도 그것들을 다 배제하고 대상 전체를 둘로 나누어 양극단으로만 생각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주변에서 학생들이 수능시험을 잘 보면 이제 자신의 인생은 탄탄대로로 열릴 것으로 생각을 하거나 반대로 수능시험을 못 보면 자신의 인생은 실패작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것이 이분법적 사고입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삶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이분법적 사고가 얼마나 잘못된 인지 오류인지 충분히 알고도 남을 겁니다.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일예배에 빠지는 교인은 믿음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든지 새벽예배까지 참석하는 교인은 신앙심이 깊다고 양극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것이 ‘이분법적 사고’입니다.

개인화
그다음으로는 ‘개인화’라는 인지 오류를 소개해볼게요.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을 했을 겁니다. 교인들이 본당 한쪽에서 쑥덕쑥덕 열심히 얘기하다가 내가 다가가자 하던 얘기를 멈추었다면 당연히 나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했을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처럼 ‘개인화’란 자기와 전혀 관련이 없는 사건을 자신과 관련된 것으로 잘못 해석하는 걸 말합니다. 교회에서 보면 ‘개인화’로 인해 아주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개인적인 이유로 주방 봉사팀에서 나오게 되었는데, 주방을 담당하시는 권사님은 자기가 싫어서 나간 것으로 생각했고 그 이후로 두 사람이 껄끄러운 관계가 되고 만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색안경 끼고보기
마지막으로 ‘색안경 끼고 보기’라는 것이 있는데, 이건 어떤 사람의 긍정적인 면은 보지 못하고 부정적인 면은 아주 크게 보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교회에 예배드리러 오면서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오면 마음속으로 ‘여긴 예배당인데’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올라오지요. 옷을 입는 패션 감각이나 색을 고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식으로 긍정적인 면을 보기보다는 ‘예배 장소에 저런 튀는 색깔의 옷을 입고 와도 되나’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혹 나에게 있지는 않은지요.

지금까지 우리는 선입견을 비롯해 교인들과의 관계에서 자주 범하는 몇 가지 인지 오류들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우리는 날마다 예수님을 닮기까지 성화되기를 원합니다. 우리의 신앙이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선입견을 하나씩 내려놓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인지 오류들에서도 점점 벗어나야 하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나에게도 이런저런 선입견과 인지 오류의 경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인정한다는 건 이제 그런 것들에서 벗어날 의지가 있다는 것이고 변화는 지금 내 모습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하니까요.


글=강현숙 작가, 치매돌봄 전문가, ‘오십의 마음 사전’(유노책주) ‘치매지만 하나님께 사랑받고 있습니다’(생명의말씀사) 저자

편집=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