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대기’김연서, KB금융그룹배 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우승

입력 2024-09-27 15:28
27일 강원도 원주시 센추리21CC에서 막을 내린 제17회 KB금융그룹배 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한 김연서. 리앤에스

무명이나 다름없는 김연서(16·진주외고1)가 ‘스타 등용문’ 제17회 KB금융그룹배 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서는 27일 강원도 원주시 센추기21CC(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3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만 4개를 솎아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05타를 기록한 김연서는 남시은(17·충주방통고2)의 추격을 3타 차 2위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대한골프협회(이하 KGA) 랭킹 54위로 이 대회에 출전한 김연서는 작년 스포츠조선배 중고연맹 여중부에서 통산 한 차례 우승이 있으나 KGA가 주관하는 통합 선수권대회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회는 KB금융그룹 주최, KGA 주관으로 열렸다.

김연서는 국가대표 포인트 400점과 장학금 200만 원을 부상으로 획득했다. 또한 내년 K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출전권을 보너스로 획득했다.

이번 대회에는 국가대표와 국가 상비군 등 KGA랭킹 상위 108명의 선수들이 출전해 우승 경쟁을 펼쳤다. 사실상 국내 여자 아마추어 골프 최고 대회로 열린 셈이다. 따라서 당초 김연서는 우승 후보군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회 첫날 3타를 줄인데 이어 이튿날에 4타를 줄여 2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 가면서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마지막날 전반 8번 홀(파4)까지 8개홀 연속 파행진을 하면서 역전 위기에 몰렸다. 9번 홀(파4) 버디로 한숨을 돌린 김연서는 12번(파3)과 13번 홀(파4) 연속 버디로 승기를 잡은 뒤 16번 홀(파5) 버디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연서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우승을 하게 돼 기쁘다”라며 “많은 분들의 응원 덕에 우승했다. 묵묵히 뒷바라지해온 엄마와 외할머니, 이모부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엄마(공옥희씨)와 단둘이인 김연서는 특이하게도 작년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모의 손에 이끌려 7살 때 골프를 시작했다. 이모는 엄마를 대신해 작년에 소천하기 전까지 조카의 후견인 역할을 했다.
27일 강원도 원주시 센추리21CC에서 막을 내린 제17회 KB금융그룹배 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영광의 입사자들이 대회 관계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리앤에스

김연서는 “이모가 골프를 엄청 좋아하셨다. 엄마가 직장에 다닌 관계로 나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이모가 연습장 갈 때도 나를 데리고 다녔다”라며 “게다가 이모가 최나연프로님의 펜클럽 회원이셔서 5살 때부터 대회장에도 나를 데리고 다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골프를 시작하게 됐던 것 같다“고 골프 입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 이유에서 김연서는 “우승이 확정된 순간 이모가 생각났다”라며 “하늘에 계신 이모께 ‘이모야 나 우승했어. 하늘 나라에서 지켜봐 줘서, 그리고 골프를 시켜 줘서 정말 고마웠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싶다”고 말하며 꾹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신장 164cm의 탄탄한 피지컬에 드라이버 비거리 220m인 김연서의 강점은 기복이 없는 플레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1라운드 2개의 버디를 제외하곤 2, 3라운드에서는 노보기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주니어 평균치이지만 퍼팅이 주특기다. 그는 “그는 현재 원포인트 레슨을 받고 있는 이재혁 코치님과 올 겨울에는 비거리를 늘리도록 하겠다”면서 “스타 등용문인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 자부심이 엄청 생긴다. 더 노력해 KLPGA투어서 3승 정도 거둔 뒤 꼭 LPGA투어에 진출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원주=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