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당뇨 환자를 진료하던 내분비내과 전문의에서 뇌와 식욕의 상관관계까지 연구하고 있는 최형진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가 다이어트와 관련한 속설에 대해 속시원한 답변을 내놨다.
25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262화에 출연한 최 교수는 내분비내과 의사로 활동하던 때 심근경색으로 죽을 고생을 하면서 입원한 환자들이 병실에서 몰래 과자를 꺼내 먹는 모습을 보고 근본적인 욕구에 대한 답을 얻고 싶어 뇌과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식욕과 비만의 근본적인 원인에 ‘생각’이 있다고 본 것이다. 최 교수는 “약으로 치료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생각이 문제”라면서 “비만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싶어서 뇌와 식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살이 찌는 가장 큰 요인으로 ‘쾌락적 식욕’을 짚었다. 그는 “진화적으로 동물은 일정한 체중을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갖고 있는데 인간만 살이 찐다”면서 “에너지와는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쾌락적 식욕 때문”이라고 말했다.
“밥을 다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짜고 단 음식을 먹는 것은 항상성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당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꼬집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더라도 실제 당이 저혈당이 올 정도로 떨어지진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기쁘거나 힘들었을 때 음식으로 보상받은 기억 등 “어릴 때부터 만들어진 믿음의 체계”의 영향이 크다고 해석했다. 단 음식을 먹는 것이 보상체계로 작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탄수화물을 끊었더니 성격이 예민해졌다는 속설’에 대해서도 “탄수화물을 끊어도 평안하게 잘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합리화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가 사용해 화제가 된 비만약의 원리에 대해서는 “포만감을 유발하는 호르몬을 의도적으로 주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래는 당뇨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약이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체중감소 효과까지 발견돼 비만약으로도 쓰이고 있다.
다만 속이 메슥거리는 위장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근육이 같이 빠지고, 약을 끊으면 다시 살이 찐다는 점 등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다이어트를 하기 힘든 건 비만 유전자 때문이냐’는 질문에도 “사람마다 유전자와 기초대사량에 차이가 있긴 하나 생활환경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답했다.
대체당을 활용한 제로 슈거 음료에 대해서는 “단맛에 의존하게 되는 것은 같지만 건강에는 나은 것 같다”며 “결국 제로 슈거에서 탄산수로, 탄산수에서 물로 바꾸며 의존성을 줄여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가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