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일평생 3분의 1을 수면으로 보낸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며 불면이 지속되면 정서가 불안해진다. 사람은 수면 시 두 가지 수면단계를 반복하게 되는데 만약 자면서 고함을 치거나 발길질 등 과격한 행동을 한다면 렘수면 단계에서 행동장애가 발생했을 확률이 높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꿈을 꾸는 동안 신체가 과격하게 반응하는 것이 주된 특징이다. 발길질이나 팔을 휘두르는 동작부터,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욕설을 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다. 단순한 잠꼬대와는 다르게, 렘수면 행동장애는 폭력적인 성향을 띠기도 하며, 이러한 행동은 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함께 자는 가족에게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단순히 수면 중 나타나는 이상 행동이 아니라, 뇌의 신경 퇴행과 관련이 깊다. 캐나다의 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의 약 50~80%가 10년 내 파킨슨병, 루이소체 치매 등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러한 연관성은 신경계 퇴행성 변화가 수면 중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운동 패턴으로 먼저 드러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뇌의 신경 기능이 점차적으로 손상되면서 나타나는 초기 증상일 수 있으며, 뇌 질환의 조기 발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렘수면 행동장애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병력 청취와 함께 수면다원검사가 필수적이다. 이 검사는 수면 중 근육의 비정상적인 움직임과 뇌파 변화를 측정해 장애 여부를 확인한다. 수면 단계 중 꿈꾸는 수면인 REM 수면 동안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근육의 마비가 소실되거나 근육 움직임이 발생할 경우, 해당 장애를 진단할 수 있다.
치료는 주로 약물치료와 안전한 수면 환경 조성에 중점을 둔다. 안정제를 취침 전에 복용하면 과격한 신체 움직임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환자가 수면 중 자신이나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도록 위험 요소를 제거한 수면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렘수면 행동장애가 치매나 파킨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만큼, 가족들의 세심한 관찰이 중요하다. 환자의 걸음걸이가 불안정하거나 손 떨림,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지 꾸준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변선정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환자가 위험한 수면 환경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신경계 질환의 진행을 지연시키기 위한 조기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변 교수는 “렘수면 행동장애는 단순한 수면 문제가 아니라 치매와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며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조기 평가를 통해 신경계 퇴행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정부=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