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칠레 사막의 지형 문자가 무분별한 레이싱 차량에 의해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현지 일간 비오비오칠레와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칠레 아타카마 사막 보존을 위한 연구와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비영리단체 ‘아타카마 사막 재단’는 최근 타라파카주 알토바랑코스 고고학 단지 내 사막 지대에 있는 지형 문자들에 수많은 바퀴 자국이 나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재단 측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피해 상황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들을 보면 넓은 사막 위에 보존돼 오던 지형 문자가 차량 바퀴 자국으로 보이는 흰 선들로 뒤덮여 기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심하게 훼손됐다.
이들 중에는 최소 1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유산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은 최근 들어 더욱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았던 아타카마에 전 세계 수백명의 레이서가 오프로드용 차량이나 버기, 오토바이 등을 타기 위해 몰려들어서다.
재단 측은 일부 레이서들이 해당 지역에서 불법적인 경주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레이싱을 위해선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고고학 단지 주변에 출입 금지 안내문도 설치돼 있지만 이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고고학자이자 재단 운영자인 곤살로 피멘텔은 “사막의 역사책이라고 불리기도 한 이곳에서의 누적된 훼손은 너무 비극적”이라며 “최악은 피해가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칠레 정부는 지형 문자 훼손에 관여한 이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