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대출상품으로 80억원 가로챈 인플루언서 구속 송치

입력 2024-09-26 16:48
SNS 대화방에서의 대화. 대전경찰청 제공

부동산 갭투자 실패로 자금난에 빠지자 불법으로 수천억원의 투자금을 모으고 이중 81억원을 빼돌린 인플루언서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로 대출상담 전문 인플루언서 30대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또 A씨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전직 은행원 30대 B씨, 대부업자 등 5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단기대출 상품인 ‘브릿지론’ 투자를 명목으로 40여명의 피해자로부터 2949억원을 투자받은 뒤 이중 81억56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과거 갭투자로 매수한 부동산 120여개의 가격이 하락하며 큰 손실을 입은 A씨와 B씨는 담보대출·가압류·전세권설정 등으로도 이들 부동산을 매도하지 못해 자금난에 빠지자 범행을 계획했다.

은행원이었던 B씨는 금융기관 명의의 서류를 위조해 마치 금융기관의 대환 대출 승인이 있는 것처럼 꾸미고, 이후 대부업자 C씨와 공모해 대부업체가 운영하던 SNS 단체 대화방을 매개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대환 대출을 이용하려는 대출 신청자들에게 “사업에 투자하면 7일 만에 투자금의 0.44%를 수익으로 지급한다”고 속이는 등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400여 차례에 걸쳐 약 2949억원을 송금받았다.

범행 초기에는 돌려막기식으로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투자금을 제대로 반환하지 못했다.

피해자들에게 투자를 설득한 A씨는 개인이 운영하는 채널은 없지만 방송 등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며 업계 신뢰도가 높은 인물로 알려졌다.

신승주 대전경찰청 반부패수사대장은 “유명 인플루언서가 홍보하거나 금융기관 명의의 서류가 있더라도 가짜일 수 있으니 한번 더 의심해야 한다”며 “특히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거나 SNS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