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피해 커지니 ‘비버 사냥’ 허가?… 폴란드 총리 논란

입력 2024-09-26 15:48 수정 2024-09-26 15:49
폴란드 총리가 최근 발생한 이례적 폭우와 홍수에서 비버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폴란드 총리가 최근 발생한 이례적 폭우와 홍수로 인한 피해가 커진 것과 관련해 그 원인으로 비버를 지목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문제 해결 방법으로 비버 사냥 등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조치를 허용하겠다고 밝혀 거센 반발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폴리티코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최근 홍수위기 대응팀 회의에서 비버가 댐과 제방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버는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갉아 쓰러트리고 이를 이용해 물가에 자체적으로 댐을 만드는 습성이 있다. 현재 유럽 전역에는 비버 약 120만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놓고 일부 전문가는 비버가 만든 댐이 강둑을 손상시킬 수 있고, 주변에 파놓은 땅굴 때문에 제방도 약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투스크 총리는 이 같은 의견을 근거로 “때로는 동물에 대한 사랑과 도시의 안전 및 제방의 안정성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총리의 이런 발언은 폴란드를 포함한 중동부 유럽에서 폭우로 최소 16명이 사망하고 주요 기반 시설이 침수되는 등 극심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나왔다. 폴란드와 체코 곳곳에선 주민들이 대피하고 도로가 폐쇄되는 일도 발생했다.

비버는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갉아 쓰러트리고 이를 이용해 물가에 자체적으로 댐을 만드는 습성이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각계에서는 투스크 총리의 이런 태도가 홍수 피해의 책임을 비버로 돌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환경 생물학자이자 비버 전문가인 안제이 체흐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말도 안 된다”며 “이러한 발표는 정부가 효과적이고 빠르게 희생양을 찾아냈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라고 질책했다.

특히 비버 제거를 원하는 사냥꾼들과 농민들이 투스크 총리의 연정 파트너인 폴란드농민당(PSL)의 강력한 로비 단체라는 점도 꼬집었다.

체흐는 “농민들은 비버가 때때로 밭과 농작물을 침수시키기 때문에 싫어한다”며 “사냥꾼들은 비버를 사냥해 세금으로부터 나온 보수를 받는 동시에 대중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생태학자들은 비버가 홍수, 산불,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의 원인이 아니라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이상적인 습지 환경을 조성해 탄소를 저장하고 강 유속을 늦추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비버 전문가인 생태학자 게르하르트 슈바프도 “비버는 이점이 많다”며 폴란드가 댐을 보호하기 위해 비버를 죽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버는 주말도 가리지 않고 24시간 무료로 일하며 지하수를 늘려주고 생명 다양성을 위한 동력도 된다”며 “독일 바이에른에서는 비버의 댐이 여러해 동안 마을의 홍수를 막아줬다”라고 강조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