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닷새째 열리고 있는 세계복음주의권 올림픽 제4차 로잔대회의 공식문서인 ‘서울선언문’이 ‘동성애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 섭리를 거스른 죄’라는 메시지를 천명했다. 동성애·동성혼을 비롯한 반기독교적 물결이 세계에 거세게 밀려드는 세파 속에서 복음주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겠다는 세계복음주의권의 입장이다. 지난 수 십 년간 서구교회가 이 문제 관련해 적극 대응·방어하지 못해 영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 상황을 반추하자는 의지로 읽힌다.
제4차 로잔대회가 지난 22일 ‘교회여,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를 주제로 인천 송도 컨벤시아센터에서 개막한 가운데 26일 국제로잔 홈페이지에는 서울선언문 윤곽이 드러났다.
1·2차 로잔대회 문서 입안자가 영국 존 스토트 목사, 제3차 로잔대회 문서 입안자는 영국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이지만, 4차 로잔대회 문서는 특정 입안자 없이 국제로잔 신학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빅터 나가 박사, 스리랑카 아이보 푸발란 박사를 중심으로 한 33명의 신학자가 공동참여로 작성됐다.
서울선언문은 서문에서 모든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해야 한다는 공동의 신념을 확인했으며 지난 50년간 로잔 언약(1974), 마닐라 선언(1989), 케이프타운 서약(2010)의 안내 지침을 계승했음을 선언했다. 또 “우리는 성경이 구약과 신약 66권으로 구성된 신적 영감과 하나님의 숨결이 담긴 기록물인 하나님의 말씀임을 확언한다”고 명시했다.
서울선언문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1~3차 문서보다 ‘인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고 회복되는 존재’라는 제목의 5장에서 동성애에 대해 성경적 관점을 구체적이고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이중 ‘하나님의 형상과 인간의 섹슈얼리티’ 부문에서 성 정체성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를 정의했다.
서울선언문은 “성경은 남성과 여성 모두 하나님의 형상을 지니고 있으며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돌보는 창조주를 대표한다는 사실을 확언한다”며 “우리는 섹슈얼리티(성적 지향성)에 대한 왜곡을 탄식한다. 개인이 우리의 창조성과 무관하게 젠더를 결정할 수 있다는 개념을 거부한다. 생물학적 성이나 성별은 구별될 수 있지만 분리할 수 없다. 남성성과 여성성은 인간 창조의 고유한 사실로서, 문화권에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할 때 표현하는 사실이다. 또한, 우리는 성별 유동성이라는 개념도 거부한다”고 밝혔다.
또 결혼과 독신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도 밝힌 선언문은 “결혼의 범위를 벗어난 성관계는 창조주의 설계와 의도를 위반하는 죄악이라고 선언한다. 동성 파트너십을 성경적으로 유효한 결혼으로 정의하려는 교회 내 모든 시도를 애통해한다”며 혼인 외 성관계와 동성혼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동성 간의 성적 친밀감은 오늘날 사회와 교회에서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에 성경에 이와 관련해 나온 언급과 문맥 의미를 숙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언문은 소돔과 고모라 사건 등 신·구약에서 동성애 기술한 본문들을 나열하며 “이 본문들은 동성 간의 성관계가 하나님과 언약 관계를 맺은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하나님의 표준을 위반하는 것으로 진술한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교회 안팎에서 동성에게 끌림을 경험하는 이들을 향해서는 목회적 돌봄과 건강한 사랑, 제자 훈련을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제자도도 심도있게 다뤘다. 선언문은 “우리의 복음 전도 과업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메시아의 메시지에 부합하는 삶을 살면서 다른 사람들도 이와 같은 삶의 모습으로 형성되는 것을 목표로 그 메시지를 선포하는 것”이라며 “제자가 되는 것과 제자 삼는 것에서 분리될 수 없듯이 개인 생활, 가정, 교회, 그리고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의를 추구하는 것은 결코 복음 선포와 분리될 수 없다”고 했다.
‘열방의 가족’인 6장에서는 세계 중에 분쟁 중인 민족들의 평화를 위해 그리스도인이 화해의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한다. 특히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할 것을 다짐하면서 “우리는 북쪽의 국민 가운데 일어난 1907년 평양 대부흥운동을 기억하며 북한 정부의 기독교 형제자매들에 대한 박해가 종식되기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는 상황 가운데 모든 교회와 지도자들이 디지털 시대의 기술을 제자 훈련에 활용할 것을 요청했다.
서울선언문은 개막일에 국제로잔 측의 실수로 한 차례 올려졌다가 일부 문구가 수정된 뒤 다시 게재되는 헤프닝을 겪었다. 대회 기간에 신학위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대회 마지막 날에 발표될 예정이다.
제4차 로잔대회 26일 저녁은 ‘한국교회의 밤’으로 열린다. 140년 선교 역사를 지닌 한국교회사를 ‘한국교회의 열두 돌’이라는 제목의 공연으로 펼치며 제4차 로잔대회 한국준비위원장 유기성 목사를 비롯해 이규현(수영로교회) 주승중(주안장로교회) 한기채(중앙성결교회) 목사, 이정숙 전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총장 등 10명이 발표자로 나선다.
‘한국교회의 열두 돌’ 공연을 기획한 추상미 감독은 이날 현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호수아 4장 5~6절을 바탕으로 한국교회 전문가들과 한국교회사에서 하나님이 행하신 12개 사건을 꼽아 공연으로 구현했다”며 “한국교회사는 로잔정신인 총체적 복음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역사임을 확인했다. 한국교회의 과거와 현재를 반추하고 한국교회의 과제와 도전 등을 성찰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인천=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