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감 감독회장 선거, 1만7680명 참여·대폭 확대된 ‘전자투표’ 눈길

입력 2024-09-26 15:34
기감 소속 유권자가 26일 서울 종로구 종교교회에서 열린 감독회장 선거에 참여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감독회장 이철 목사) 감독회장 선거가 전국에서 일제히 진행됐다.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모든 정회원이 참여하는 선거다. 특히 선거법 개정으로 유권자가 대폭 확대된 상태에서 치러져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선거는 26일 전국 11개 연회 투표소와 미국 미주자치연회에서 치러졌다. 이번 선거에서는 감독회장 선출뿐만 아니라 각 연회를 이끌 감독 선거도 함께 진행됐다. 현장 투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됐으며, 1만7680명의 목회자와 평신도가 투표에 참여했다. 이 중 약 6000명은 스마트폰을 통해 전자투표에 참여했으며, 이는 전체 유권자의 약 37%에 해당한다.

전자투표 도입은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선거관리위원장 황병원 목사는 “기감에서 일반 선거권자에게까지 전자투표를 허락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사실상 모든 유권자에게 전자투표 기회가 부여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도서 지역 유권자나 해외 선교사뿐 아니라 병환 등 개인 사정으로 투표 참여가 어려웠던 이들까지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감리회 서울연회 투표가 열린 서울 종로구 종교교회(전창희 목사) 앞은 유권자를 맞이하는 교인과 목회자들로 붐볐다. 이들은 투표장 앞에서 목회자와 평신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교회 2층에서 진행된 투표는 차분하고 정돈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유권자들은 감독회장 후보자들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은퇴 목회자 지원(은급)에 대해 세대를 불문하고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박성훈(40) 목사는 “이번 선거 공약 중 은급제도를 관심 있게 봤다”며 “젊은 목회자들에게도 언젠가는 마주할 현실이기 때문에 이전의 은급제도의 미흡했던 부분들이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차기 감독회장에 대한 기대와 응원도 이어졌다. 이경철(68) 장로는 “교계 선거 문화가 깨끗하고 투명한 교단이 되길 바란다”며 “후보자들이 교세나 정치가 아닌 현실성 있는 정책으로 판단 받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기감 감독회장 선거에 사용된 전자투표 화면 모습.

대폭 확대된 전자투표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기감 선관위는 휴대전화 화면으로 실시간 투표율과 후보자 및 안건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송양근(38) 목사는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전자투표 방식이 편리하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직업적, 개인적 사정으로 투표장에 나올 수 없는 유권자들을 배려한 좋은 시도”라고 평가했다.

이번 감독회장 선거에는 3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각 후보는 오랜 목회 경험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비전을 제시하며 유권자들의 선택을 촉구했다. 후보들은 은급, 재정적으로 어려운 교회 지원, 선거제도 개혁, 교단 운영 효율화, 청년세대 문제와 관련한 공약을 내놨다.

특히 은급과 관련해서는 출마한 후보들 모두가 은퇴 목회자들에게 지급되는 은급금을 인상하고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교단의 재정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교회 성장 둔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은급 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추가 재원 없이 연금을 인상하는 것이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교회 지원에 대해서는 전국적으로 기금을 마련해 미자립교회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공약이 주를 이뤘다. 이밖에 금권 선거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제비뽑기 방식을 도입하자는 선거제도 개혁안과 교단 운영 효율화를 위해 현재 213개에 달하는 지방회를 통합해 50~60개의 광역지방회로 재편하겠다는 공약도 눈길을 끌었다. 청년들이 교회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청년 기독교 문화를 창출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공약도 제시됐다.

한편 각 연회에서 진행된 감독 선거에서는 경기·충북·호남특별·미주자치연회를 제외한 8개 연회에서 복수 후보가 출마해 경쟁을 벌였다. 당선된 감독회장과 각 연회 감독들은 각각 4년과 2년의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글·사진 손동준 박윤서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