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자·보’ 도시 전환 제대로 될까?…‘무늬만 자전거 도시’

입력 2024-09-26 14:55


광주시가 추진 중인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 교통정책이 겉돌고 있다. 대표적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 인프라와 정책개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민선 8기 후반기 올해부터 대·자·보 도시 전환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26일 밝혔다. 시는 승용차 중심도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중교통 활성화와 함께 녹색교통인 자전거 타기 생활화에 주력하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전남대병원 사이 보행로를 기존 5m에서 11m로 늘리는 ‘걷고 싶은 길’ 조성사업에 나서고 광주공원 포장마차 거리에 ‘차 없는 광장’을 만들기로 하는 등 보행환경 개선에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기후변화 위기를 불러오는 승용차에 의존한 교통 여건은 여전하다.

8월 말 기준 시 전체 인구는 141만2000여 명이다. 이를 토대로 국토교통부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VMIS)이 집계한 총 자동차 등록 대수 72만8000여 대를 감안하면 시민 2명 중 1명이 1대 이상 차량을 보유한 셈이다. 승용차 등록 대수가 60만여 대로 압도적으로 많다.

승용차 교통분담률은 2021년 말 기준 48.9%에서 2023년 49.4%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각종 교통수단 가운데 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한 것이다.

시는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17㎞에 도로다이어트를 하고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광천동 일대에 간선급행버스(BRT)와 도시철도 신설을 추진해 ‘대·자·보’ 정책에 힘을 싣는다는 방침이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기존 차로를 줄이는 대신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를 대폭 늘려 차를 타지 않아도 도심 이동이 언제 어디서나 쉬운 도시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학생과 직장인들의 출퇴근을 위한 자전거 전용도로가 도심권에는 사실상 거의 없을 만큼 ‘무늬만 자전거 도시’라는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용도로와 보행자 겸용도로, 전용차로, 우선도로 등 4개 유형 자전거 도로는 대부분 영산강과 광주천변에 몰려 있다. 전용도로는 고작 18%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자전거가 일상생활과는 거리가 먼 레저용이나 단순한 운동기구로 인식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자전거와 기존 대중교통을 양대 축으로 삼는 ’대·자·보’ 교통정책 성과를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공감을 얻고 있다.

시는 20년 넘게 2%에 불과한 자전거 교통분담률을 대폭 끌어올리기 위해 ‘자전거 생활화’를 유도하고 있으나 공영자전거 ‘타랑께’ 시범 운행이 유일한 정책 수단이 되고 있다.

그나마 시범 운행 중인 ‘타랑께’는 9월 말 예산 부족 등으로 시범 운행을 중단해야할 처지에 놓여 있다.

광주시 자전거 정책을 총괄할 전담조직도 팀장을 포함 3명에 불과해 시내 곳곳에 산재한 자전거도로 669㎞ 구간의 관리마저 무척 버거운 상황이다.

반면 자전거 타기에 대한 시민 여론은 긍정적이다. 2021년 광주시의회 여론조사에서 광주시민 10명 중 9명은 ‘자가용 대신 걷거나 대중교통, 자전거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황철호 시 정책보좌관은 25일 열린 대·자·보 도시 광주만들기 정책포럼에서 “대중교통 환승 체계와 연계한 자전거 활성화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며 “자전거 전용차로·전용도로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