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14신]목사장로 연장안···격론 끝 ‘부결’

입력 2024-09-26 11:36 수정 2024-09-26 15:33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김종혁 목사)이 격론 끝에 ‘목사장로 정년 연장안’을 부결시켰다.

예장합동은 울산 우정교회(예동열 목사)에서 진행 중인 제109회 총회 넷째 날인 26일 정치부 보고의 첫 안건으로 해당 안건을 다뤘다. 총회 전부터 교단 안팎의 큰 관심을 끌었던 ‘목사장로 정년 연장안’은 현장에서 집계된 17개 영역 총 590개에 달하는 헌의안 중 가장 많은 21개를 차지했다.

이날 정치부는 ‘정년 연장을 허락하되 지교회 상항과 노회 형편에 따라 지교회와 노회에 일임하여 시행하는 안’을 보고했다. 보고 직후 김종혁 총회장이 “허락이요”라는 일부 총대들의 목소리를 듣고 의사봉을 두드리며 안건을 통과 시키려 하자 총회 현장이 들썩였다. 반대 의견을 청취하고 충분한 논의를 요구하는 총대들이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앞으로 달려 나오면서 총대와 질서 유지 임무를 맡은 위원(흠석사찰)들이 대치하기도 했다.

회무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김 총회장이 황급히 찬송가를 한 장 부르고 속회하자고 제안한 뒤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다. 찬송을 마친 뒤 발언 기회를 얻은 오정호 새로남교회 목사는 “찬송은 주님께 부르는 것이지 총대 입막음용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며 “총회의 미래가 걸린 사안인 만큼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도록 의사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열띤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찬성 측 총대들은 “농어촌 및 도시 지역 미자립교회의 현실적 어려움, 정년을 넘긴 목회자들의 교단 탈퇴 등 시대적 상황에 따라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 총대는 “목회 현장 상황을 고려하면 헌의안에 반영된 목사 장로뿐 아니라 권사 안수집사 등 모든 직분에 대해 정년이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반대 측 총대들은 “교회가 역동적으로 사역하려면 젊어져야 한다고 하면서도 역행하는 것이다. 총회가 지침과 방향성을 정확하게 결정하지 않고 노회와 교회에 결정을 미루면 전국교회가 분쟁의 화약고가 될 것”이라고 맞섰다. 한 총대는 “정치부가 성도들을 너무 쉽게 보고 있다. 지교회에 위임했을 때 교회에서 정년을 65세로 줄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같은 안건이 격론을 벌일 때와 유사하게 이번에도 장로 총대들이 반대 발언에 다수 나섰다. 한 장로 총대는 “여러분의 교회 성도들 중 목사와 장로의 정년을 걱정하는 성도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대체 누구를 위한 정년연장이냐”고 호소했다.

50여분에 걸쳐 찬성과 반대 의견을 9차례 주고 받으며 격론을 펼친 끝에 김종혁 총회장은 총대들의 찬반 의사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해프닝도 있었다. 모바일 전자투표를 활용해 찬반 투표를 진행키로 하고 튜토리얼 영상과 해당 업체 직원의 설명까지 들었지만 결국 방법이 숙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수 투표가 진행됐다. 투표에서는 반대가 찬성을 압도하며 결국 ‘목사장로 정년 연장안’은 부결됐다. 이로써 예장합동은 현행 만70세로 정년을 유지하게 됐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