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톡]회의장에서 사라진 ‘이석(離席) 총대’, “어디로 가시나이까”

입력 2024-09-25 11:07 수정 2024-09-25 16:36
교단들이 정기총회 현장을 지키지 않는 ‘이석 총대’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사진은 한 총회 소속 총대들이 24일 저녁 회무에 참석하지 않아 총대석이 비어있는 모습.

24일 저녁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 109회 정기총회가 진행되는 울산 우정교회 본당에 군데군데 빈 자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총회 대의원인 총대들이 자리를 비웠기 때문입니다.

‘이석(離席) 총대’ 문제는 비단 예장합동 총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예장통합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교단이 회의장을 훌쩍 떠나 돌아오지 않는 총대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습니다. 자리가 비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뿐 아니라 너무 많은 총대가 자리를 비우면서 의결 정족수에 미치지 못하는 비상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고심이 총대를 향한 당부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25일 오전 예장합동 총회 서기 임병재 목사는 회의 시작에 앞서 총대들에게 “부득이하게 이석할 경우 총대님들은 반드시 위임장을 제출해 달라”면서 “총회 회무 내내 자리를 잘 지킨 노회는 총회 차원에서 시상하도록 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이쯤 되면 출석을 불러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게는 1500여명에 달하는 총대들 이름을 회의 때마다 일일이 부를 수는 없는 일입니다.

회의장을 벗어난 총대들은 어디로 갈까요.

전국 각지에서 파송된 총대들이 1년 만에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여러 모임이 열립니다. 이석 총대들은 주로 이런 모임에 참여합니다. 모임이 길어지면서 회의가 시작된 뒤에도 회의장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죠.

수요일 저녁에는 적지 않은 목사총대들이 지역 교회 수요예배 설교자로 초청받습니다.

관행처럼 반복되는 일을 막기 위해 예장합동이나 통합 총회는 수요일 저녁에 각각 총회장을 비롯한 총회 임원 이·취임식을 진행하거나 해외교회 대표단과 함께 하는 ‘에큐메니컬 예배’를 마련하지만 이석을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다지만 교회와 노회 대표로 교단 정기총회에 파송된 총대가 회의장을 떠나는 건 양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반면 4~5일 동안 이어지는 총회 기간 내내 총회 장소를 반드시 지키는 이들도 있습니다.

바로 봉사자들입니다.

보통 정기총회가 진행되는 교회 교인들로 구성하는 봉사자들은 많은 수의 총대들이 회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청소와 간식 준비, 안내, 주차 봉사 등 전 분야에 걸쳐 헌신합니다. 이들이 자칫 맡겨진 봉사의 자리를 비우면 당장 회의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해 집니다.

봉사자들이 총대들의 빈 자리를 대신 지키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나 하나쯤 자리를 비워도 괜찮겠지’, ‘우리 노회 소속 총대가 모두 자리 비운다고 무슨 일이 생기겠어’라는 등의 안이한 생각이 ‘이석 총대 문화’를 확산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총대 이석을 막기 위해 총대 수 감축이나 회의 진행 효율화 등 여러 대책 마련 시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책적 접근을 통해 완전한 해법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총대들의 인식 변화에 달려 있습니다.

파송 받은 총대로서 성실하게 정기총회 전체 회무에 성실하게 참여하겠다는 다짐이 이석 총대 문화를 종식하는 유일한 길 아닐까요.

울산=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