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 찬스’를 기대하며 약속시간 보다 20분 일찍 만찬 자리에 도착해 기다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지난 24일 오후 6시7분쯤 만찬 장소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 도착했다. 예정된 시간보다 약 20분 이른 시점이었다. 윤 대통령은 만찬 예정 시간인 오후 6시 30분에 맞춰 도착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오기까지 약 23분을 기다린 셈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조금 일찍 와서 ‘한 대표, 우리 얘기 좀 합시다’고 말할까 싶어서 기다렸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만찬이 끝난 다음이라도 혹시 ‘잠깐 얘기 좀 하자’고 할 거라고 기대를 했는데 그것도 없었다”고 했다.
김종혁 최고위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대표는 혹시라도 대통령이 좀 일찍 오셔서 ‘잠깐 얘기합시다’(라고 말하는) 이런 상황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친한(친한동훈)계 내부에서는 이번 만찬이 의정갈등이나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현안에 대한 논의 없이 ‘빈손 회동’으로 끝나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한다. 해당 관계자는 “대통령과 만찬을 했는데 아무 결과 없이 ‘밥만 먹고 끝났네’라는 소리를 들을 순 없었던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만찬이 끝날 무렵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대통령님과 현안을 얘기할 자리를 만들어달라”며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재차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사 전달을 외부에 알리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친한계 인사는 “독대 요청 사실을 놓고 또 ‘언론 플레이 한다’는 말이 나올 수 있으니 한 대표가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 대표가 잇따라 윤 대통령에게 독대 요청을 한 것을 두고 여권 내부 반응은 엇갈린다. 한 친한계 의원은 “한 대표로서는 의정갈등 등 현안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윤 대통령에게 직접 전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반면 한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은 “대통령과 당대표 간 독대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독대가 성사되기 전에 자꾸 밖으로 새어 나오는 모양새가 되면 상호 간의 신뢰가 깨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구자창 이강민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