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IDF)이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민가에 대량의 미사일을 숨겨 민간인을 ‘고기 방패’로 썼다고 주장했다. 최근 레바논 남부(이스라엘 북부)에 가한 융단 폭격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IDF는 24일(현지 시각)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순항 미사일은 어디에 있을까. 정답은 레바논 민간인의 집안이다. 헤즈볼라는 이들 무기 주변에 인간 방패를 세움으로써 이스라엘의 제지를 받지 않고 미사일을 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동영상에서 IDF는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를 지배하면서 민간인들을 돈으로 매수해 주택 내부에 미사일과 로켓, 로켓 발사대, 자폭 무인기를 숨기는 고전적 전략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IDF는 헤즈볼라의 이런 전술에 맞서기 전에 민간인들에게 경고했다는 변론도 펼쳤다. 레바논 남부에 거주하는 민간인들을 향해 민가 등 민간 시설도 공습의 표적이 될 수 있으니 당장 위험 지역을 떠나라고 촉구했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IDF는 실제로 레바논 남부 주민들에게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레바논 남부 주민 수천명이 집을 버리고 피난에 나섰다. 유엔(UN)에 따르면 24일 임시 대피소에 자리를 잡은 민간인은 2만7000여명에 이른다.
IDF는 이스라엘 북부에서 피난을 떠난 6만5000여명이 귀가할 때까지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IDF는 이날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표적 공습을 해 헤즈볼라의 미사일·로켓 부대 사령관 이브라힘 무함마드 쿠바이시를 살해했다. 헤즈볼라도 ‘순교했다’는 표현을 통해 쿠바이시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IDF에 따르면 수년간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쏴온 쿠바이시는 헤즈볼라 고위 군사 지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IDF는 지난 7월 말에는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오른팔이자 이스라엘 공격 계획을 주도하던 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를, 이달 20일에는 헤즈볼라 2인자로 불리던 특수 작전 부대 라드완의 지휘관 이브라힘 아킬을 죽였다. IDF는 지난 21일 배포한 자료를 통해 나스랄라 휘하에 있던 헤즈볼라 지도부 8명 중 6명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전면전이 벌어질 것을 대비해 헤즈볼라의 지휘 체계를 파괴, 그들의 전력을 급속히 약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