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네브래스카 선거인단 싹쓸이 시도 무산…주 의원의 ‘반란’

입력 2024-09-25 09:56 수정 2024-09-25 09:58
미국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인디애나에서 유세 도중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네브래스카주의 대선 선거인단제도를 수정하려던 시도가 무산됐다. 네브래스카는 선거인단 ‘승자독식제도’를 채택한 미국 대부분 주와 달리 선거인단 중 일부를 선거구에 맞춰 할당한다. 트럼프 측은 대선이 초박빙 상황인 점을 고려해 공화당 우위인 네브래스카에도 선거인단 전체에 승자독식을 적용하려 했지만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4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를 승자독식제도로 만들려는 공화당의 주요 지지자인 짐 필렌 주지사가 이 문제를 위해 특별회기를 소집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며 “필리버스터를 피하는 데 필요한 33표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필렌 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네브래스카와 미국의 모든 것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우리는 이 일을 완수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지만, 안타깝게도 33명의 주 상원의원을 설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 50개주 중 네브래스카주와 메인주는 주에 할당된 대통령 선거인단을 대선에서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제도를 적용하지 않는다. 네브래스카는 1992년부터 선거인단 5명 가운데 2명은 대선 승자에게 배분하고, 다른 3명은 연방 하원 기준 선거구별 투표 결과에 따라 배분한다. 네브래스카는 공화당 텃밭이지만, 최대 도시 오마하가 포함된 2선거구의 경우 민주당 지지세가 만만찮다.

네브래스카는 2016년 대선 당시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인단 5명을 모두 차지했지만, 2020년 대선 때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2선거구에서 1명을 획득한 바 있다. 현재 여론조사 상으로도 트럼프가 선거인단 4명,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명을 가져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가 1명의 선거인단까지 더 차지하려고 선거제 변경을 추진한 것은 그만큼 이번 선거가 초박빙이라는 방증인 셈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 제도 변경을 무산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은 현재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맥도널 주 상원의원이다. 그는 전날 대선이 임박했다는 이유로 선거제 변경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결국 공화당은 선거제 변경을 위한 의원 수(33명)를 확보하지 못했다. 폴리티코는 “맥도널은 올해 초 당적을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바꿨고, 내년 오마하 시장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라며 “투표제 변경을 지지하는 것은 정치적 책임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맥도널 주 상원의원의 입장에 대해 소셜미디어에 “(승자독식으로 전환됐다면) 모두에게 더 좋았을 것이고 비용도 훨씬 적게 들었을 것”이라면서도 “나는 오마하는 사랑하며 2016년에 이겼다. 내가 그걸 다시 해야 할 거 같다”고 적었다.

트럼프가 선거인단 1명에 집착할 만큼, 대선 여론조사도 언론사마다 결과가 제각각인 시계 제로 상황이다.

CNN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이 48%,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의 지지를 얻었다. 무당파 유권자 사이에서는 해리스가 45%, 트럼프가 41%를 기록했다. CNN은 “이번 선거는 금세기 들어 가장 접전이 예상된다”며 “지난 60년 동안 대통령 선거 중 가장 접전이 예상되는 선거”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9∼22일 전국의 등록 유권자 2074명을 상대로 실시했고 오차범위는 ±3%p다.

반면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21∼23일 전국 성인 1029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결과(오차범위 ±4%p)에서는 해리스가 46.61%를 얻어 40.48%에 그친 트럼프에 6% 포인트 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분석업체 파이브써티에잇의 전국 여론조사 평균에서도 이날 기준 해리스가 48.3% 트럼프가 45.8%로 초박빙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