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인 바이블] ④출애굽 사건으로 본 ‘하나님 선교’ 한계점

입력 2024-09-25 09:07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개념은 하나님께서 선교의 주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교회 중심 선교의 한계점을 교정하도록 도운 면이 있기에 오늘날 가장 널리 수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여점 외에 고민해야 할 한계점도 있다.

첫째, 하나님의 선교 개념에서 생각하는 구원 개념은 소위 말하는 통전적 구원 개념이다. 영과 육, 건강과 물질, 개인과 사회 등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넓은 구원 개념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출애굽을 한 이스라엘이 받은 구원이 과연 이런 종합적인 구원이었을까. 출애굽 이스라엘은 모든 것이 갖추어진 복지국가에서 행복한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광야에서 온갖 고통과 부족함에 시달렸다. 이것을 볼 때 하나님께서 주시는 구원의 본질은 하나님의 선교 개념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구조적 악이 척결되고 모두가 잘사는 세상이 아니다. 물론 그런 요소도 포함될 수 있지만 그것이 구원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선교를 주장하는 WCC 에큐메니컬 선교에 대해 데이비드 보쉬는 “에큐메니컬 선교 신학에서 우리는 복음의 심각한 감소 및 변질을 접하게 된다”라고 진단한다.

둘째, 하나님의 선교 개념에서 생각하는 교회관에서는 교회가 세상보다 덜 중요한 기구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교회가 아니어도 세상의 다양한 기구를 통해 하나님이 선교를 이루어 가신다고 말한다. 그런데 출애굽 사건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철저하게 구름 기둥과 불기둥으로 지키시고 만나와 메추라기로 입히시며 모든 대적을 물리쳐주셨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특별한 선택과 인도를 받는 선민이었다. 하나님의 선교 개념에서와같이 교회와 세상의 구별 자체를 없애버리는 경향은 결국 교회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이런 점에서 밴 엥겐(Van Engen)은 “하나님의 선교 개념이 교회를 하나님의 행위에 박수를 보내는 구경꾼으로 전락시킨다”며 “자연스럽게 교회의 안락사로 이어지게 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셋째, 하나님의 선교는 세상을 섬기고 구조악 해결을 위한 모든 활동을 하나님이 수행하시는 선교로 포함하는 포괄적 선교 개념을 지니고 있다. 물론 전통적인 선교에서도 복음 전도 외에 다양한 사역을 전개했지만 그 활동은 복음 전도를 목표로 진행돼 왔다. 만약 ‘복지 사회 만들기’가 선교의 목표가 되면 교회는 제한된 힘으로 그것을 달성하지도 못하고 복음전도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 아울러 에큐메니컬 진영은 세상을 잘 살게 만드는 모든 일을 다 선교에 포함하면서 세상의 평화 공존 화해 일치 등을 선교 목표로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 행여라도 갈등을 가져올 수 있는 전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다.

하나님의 선교 개념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뜻이 평화였다면 출애굽 사건에서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싸우지 말아야 했다. 가나안 족속들과도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랬다면 이스라엘은 일찌감치 강력한 세력을 지닌 가나안으로 편입돼 존재 자체가 사라졌을 것이다.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사단의 영적 공격 앞에서 평화와 공존만을 외치는 교회는 곧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런 점에서 ‘하나님의 선교’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이런 한계점들을 깊이 고민해야 하고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좀 더 성경에서 말하는 용어를 고안할 필요가 있다.

◆안승오 교수는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과 미국 풀러신학대 선교대학원을 마쳤다. 필리핀 선교사로 활동했고 현재는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과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리=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