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강남지역 학생들의 명문대 입학을 제한할 것을 주장했다.
이 총재는 24일(현지시각) 보도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사교육 강사와 대학 입학 코치가 밀집한 강남권을 두고 학부모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져 집값과 대출을 끌어올리고,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지방 인구 감소를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강남 학생들의 명문대 입학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내 상위권 대학에서 강남 출신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비중이 지나치게 많아 다른 지역 지원자들의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또 “세계 지도자들은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종종 칭찬하지만 그들은 현실을 모른다”면서 “서울의 부유층은 6살부터 자녀를 입시학원에 보내 대학 준비를 시작하고, 여성 근로자는 자녀 교육을 위해 집에 머물기로 결정한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이 치열한 경쟁은 경제에 해를 끼치고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며 “사람들에게 수도를 떠나도록 장려하는 등 극단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8월 발표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수도권 인구 집중과 서울 집값 상승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으로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한 바 있다. 각 대학이 신입생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는 방식이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의 큰 문제로 인구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인구통계학적 상황 때문에 밤잠을 설치게 된다”며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한국의 성장 모델이 고갈되고 있다”면서 “이제 우리가 타던 말이 지쳐서 새로운 말로 갈아타야 한다 느끼는데, 사람들은 ’이 말이 그렇게 빠르고 잘 달렸는데 왜 바꿔야 하나’라고 말한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