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카드가 결제되지 않는다며 20분 동안 점주에게 언성을 높여 항의한 손님이 업무방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부산지법 형사10단독 조서영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손님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손님의 행위가 직접적으로 편의점주나 다른 손님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정도의 위력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9일 밤 부산의 한 편의점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생수와 과자를 사면서 카드를 내밀었지만 잔액이 부족해 결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자 A씨는 “왜 돈이 있는데 결제해 주지 않느냐”며 고함을 지르고 물건으로 계산대를 치며 20분 동안 소란을 피웠다. A씨가 소란을 피우는 동안 편의점을 방문했던 몇몇 손님이 그대로 돌아가기도 했다. 이후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면서 상황은 정리됐고 A씨는 업무방해 혐의로 법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그러나 당시 A씨가 계산대 앞에서 손짓을 하고 언성을 높이긴 했지만 다른 손님이 오면 옆으로 비켜서서 계산하도록 기다린 점, 그 외 계속 위협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당시 편의점을 방문한 손님 대부분이 별다른 방해 없이 물품을 고르고 계산한 뒤 돌아간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에 신고된 내용도 ‘업주가 손님이랑 시비가 있어 보인다’는 정도에 불과하고, 피해자인 편의점 업주 모습도 ‘계속 말을 거는 A씨를 응대하느라 다소 불편하거나 귀찮아 보일 뿐’이었다고 판단했다.
A씨가 출동한 경찰관에게 큰 소리로 항의한 점에 대해서도 경찰관이 강하게 밖으로 끌고 나가려 하는 과정에서 저항하며 발생한 일이고, 매우 단시간에 불과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결제 문제로 항의한 것으로 보일 뿐 소란이나 난동을 부리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거나 언성을 높였지만, 그것만으로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케 할만한 ‘위력’의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